‘오늘은 동지冬至날’ 박노해 “모든 것들이 새롭게 살아나는 날”
오늘은 동지冬至날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
차가운 어둠에 얼어붙은 태양이
활기를 되찾아 봄이 시작되는 날
나는 눈 내리는 산길을 걸어
찢겨진 설해목 가지 하나를 들고 와
방안 빈 벽에 성탄절 트리를 세운다
그 죽은 생 나뭇가지에 오늘 이 지상의
춥고 가난한 사람들의 눈물을 걸어둔다
해가 짧아지고, 해가 길어지고,
모든 것은 변화한다
모든 것은 순환한다
절정에 달한 음은 양을 위해 물러난다
오늘은 동지冬至날
신생의 태양이 다시 밝아오는 날
숨죽이고 억눌리고 죽어있던
모든 것들이 새롭게 살아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