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허수아비’ 조오현 “하늘까지도 한 발 안에 다 들어오는 것을”

허수아비는 주인의 땀을 거저 먹는 것이 아닌 한, 누구나 안아줄 준비가 늘 돼있다.

새떼가 날아가도 손 흔들어주고

사람이 지나가도 손 흔들어주고

남의 논 일을 하면서 웃고 섰는 허수아비

 

풍년이 드는 해나 흉년이 드는 해나

-논두렁 밟고 서면

내 것이거나 남의 것이거나

-가을 들 바라보면

가진 것 하나 없어도 나도 웃는 허수아비

 

사람들은 날더러 허수아비라 말하지만

저 멀리 바라보고 두 팔 쫙 벌리면

모든 것 하늘까지도 한 발 안에 다 들어오는 것을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