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성들이 ‘한남충’이라구요?
[아시아엔=김재화 말글커뮤니케이션 대표] ‘한남충’이란 말을 아시는지요? 최근에 생겨난 여성들이 남성들 칭하는 신조어다. ‘한남동에 사는 충실한 남자’는 물론 아니다.
이게 욕인데, 그 강도가 상당히 세다. 여자가 남자에게 하는 가장 최고치가 아닌가 싶다. 남자들 입장에서는 듣기의 임계점에 이른 말이 분명하다.
필자가 맹렬히 하는 SM은 페이스북이다. 볼 것도 많고, 할 말도 편케 할 수 있어서 국내 상륙 직후부터 열심히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글에 내 눈이 박혀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글 쓴 이는 40, 50대 미모의(프로필 사진이 리뉴얼되지 않은 거라면) 여성으로 쉽게 짐작이 갔다. “한국의 50대 이상 남자들, 왜 이 나이만 되면 여자들에게 추한 모습으로 다가와 치근덕거리고 찝쩍대는 주접을 떠는 걸까? 멈추라···. 각성···.운운”
이 글을 보시는 50대 이상 남성들, 기분이 좋습···아니, 안 좋으실 거다. 은근 화가 났다. 왜냐하면 나도 한국의 50대 이상 남자이긴 하나, 그 알지도 못하는 여성에게 손톱 부스러기만한 추파조차 던진 적이 없었으니까. 피의 사실이 없음에도 왜 도덕문란자 군에 나를 끼우냐 말이다.
가관인 건 댓글의 내용과 분량이었다. 그 여성, 많은 팬(동조자)을 거느리고 있는 사람인지 모르나 10건 중 8개 정도의 ‘사죄를 바란다’, ‘용서를 구한다’, ‘앞으론 깨끗이 살겠다’ 등의 참회의 글이 줄줄이사탕처럼 매달렸다.
짧게 썼지만 나는 적극적 반론을 폈다. 모르는 사람과 글 섞는 거 별로였지만. “당신이 무슨 화를 입었는지 모르나 가해자를 특정해 말하라.”
그랬더니 그는 “일부 중년층 이상 남자들···”로 수정했다.
나는 그것으로 충분치 못하다며 좀더 상세 적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걸 두고 가관이라 했던가? 몇 남자들이 글쎄 그 여자 두둔을 넘어 나를 힐난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싸워봤자 질 것 같아, 먼저 겨누던 무딘 칼을 거뒀다. 다만 마지막 글로 “앞으로 이런 곳에 글 쓸 때 ‘않됀다’ 같은 엉터리 맞춤법부터 조심하라”고 했다.
그러자 ‘그 여자의 남자’ 하나는 내 글에 답으로 “맞춤법 틀리게 쓴다고 나라가 망합니까?”라고 했다. 한마디로 헐~ 기분이었다.
인터넷으로 확인한 것이다. ‘남성 혐오’를 표방하는 사이트 하나는 회원이 2백만명에 이르러 우선 위압감이 느껴지는데, 남자들을 칭하는 용어들이 아주 과격하다. 몇 가지를 소개한다.
‘꽁치남’은 ‘돈 안 쓰는 치졸한 남자’, ‘숨쉴한’은 ‘한국 남자는 숨 쉴 때마다 한 번씩 패야 한다’ 같은 표현은 흔하다,
우리나라를 ‘소추민국’이라 불러야 한다고까지 했다. ‘성기가 작은 남자들로 이뤄진 나라’라고 했다.
그동안 여성에게 향한 남자들 혀도 그 이상 험하고 추했다고 자인한다. 자업자득이라 여기면 뜨끔하기만 할 뿐 여성들에게 ‘욕 좀 살살 하라’고 말도 못하겠다.
칼말은 꽃말보다 확산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지금도 많이 나갔으니, 멈춰야 한다. 남녀가 서로 동시에 같은 인식을 가져야 하는데, 구체적 실행방안은 나도 잘 모르겠다.
참, 앞의 ‘한남충’은 ‘한국남자와 벌레’를 합성한 거라고 한다.
여성분에게 ‘미모의’라는 수식어를 붙이신것만 봐도 왜 한남충이라는 말을 이해 못하시는지 알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