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말복’ 박경희 “원하는 곳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엄니”

계 모임에서 옻닭 먹고 온 엄니
밭머리에서 게트림 길게 하고
연거푸 이를 세 번?닦았다는데,

옻 안 타는 엄니
옻 잘 타는 아부지 앞에서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고,

멀찌감치 떨어져 다니던 엄니가
뒷간 들어갔다 나온 뒤, 아부지 들어가고
똥김도 빠지지 않았는데 그 위에 쭈그려 앉았다고,

밤새 간지러움에 뒤척이다가,
자 어매 여 좀 봐봐 엉덩이 까 보여주자
거시기며 엉덩이가 벌겋게
오돌오돌 옻이 올랐다고,

니미 어떤 인간이 옻닭 처먹었느냐고
똥을 싸도 날 지나 싸지
왜 내 앞에 싸고 지랄이냐고,

옻 똥김 지대로 맞았다고
사흘 밤낮 벅벅 긁다가
세 들어 사는 집 구석구석 살폈다는데

수시로 빤스 속에 손 드나드는 통에
동네 아낙 여럿 낯 붉어졌다는데
한동안 대숲 뒷길로만 다녔다는데,

말도 못 하고 쥐 죽은 듯 몸 사리며
가끔 아부지 빤스에 손 집어넣고
원하는 곳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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