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축구 말레이시아엔 졌지만 ‘월드컵 꿈’ 다시한번

[아시아엔=김현원 연세대의대 교수] 러시아월드컵은 프랑스 우승으로 끝났다.?크로아티아는 용맹하게 싸웠지만 마지막 벽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크로아티아와 프랑스는?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이미 대결한 적이 있었다.?

인구?400만의 동유럽의 소국 크로아티아는 괴력을 발휘해 강호들을 연파하고 준결승까지 올랐다.?당시 프랑스와의 준결승에서도?1대0으로 이기고 있다가 수비수였던 튀랑의?2개의 골로?1대2로 역전패했다.?튀랑은 프랑스 국가대표로?100경기 넘게 출전했지만 평생 넣은 골은 크로아티아전에서의?2골이 전부였다.?월드컵의 역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참 알 수 없는 일이다.?크로아티아는?3·4위전에서 네덜란드를 이기고?3위를 차지했다.

이번 러시아월드컵 예선전부터 크로아티아는 아르헨티나를?3대0으로 대파하고?3연승으로 가장 먼저?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이번 대회에서 크로아티아의 돌풍을 기대했었으나, 16강전, 8강전 모두 연장전에 이어 페널티킥 승부로 승리하는 것을 보고,?체력이 소진되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3번의 연장전을 거친 크로아티아가 수비에 치중하고 역습을 노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전반에 오히려 크로아티아가 높은 점유율로 공격적으로 나왔다.?전반 크로아티아는?7개의 슈팅 속에 한 개의 골을 얻은 반면,?프랑스는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하지만 프랑스는 그리즈만이 헐리우드 액션으로 얻은 프리킥이 만주키치의 자책골로 이어졌고,?한 골을 만회했던 공격수 페리시치가 범한 핸들링에 의한 페널티킥으로 오히려?2대1로 리드할 수 있었다.?

만주키치와 페리시치는 영국과의 준결승에서 한골씩 넣은 크로아티아의 영웅들이었다.?하지만 대표적 공격수들이 수비 중에 결정적인 실수로 한골씩 헌납해서 프랑스를 쉽게 만들어 주었다.?만약 첫번 그리즈만의 헐리우드 액션을 제대로 반칙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면···.?또 두번째 페리시치의 핸들링은 이번 대회부터 도입된 비디오 리플레이(VAR)가 없었다면 분명히 그냥 지나갔을 것이다.?월드컵의 신은 크로아티아의 편이 아니었다.

사실 경기는 전반에 이미 끝났다고 볼 수 있다.?크로아티아가 전반에 리드한 상태로 끝나고 후반은 수비로 버텼으면 이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후반 크로아티아는 괴력을 다해서 열심히 싸웠지만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프랑스는 오히려?2골을 더 넣었고 그 후는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크로아티아는 결국 노련한 프랑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2대4로 패배하였다.?비록 준우승으로 끝났지만 용맹하게 싸워서 우승 문턱까지 갔던 크로아티아는 분명 이번 러시아월드컵의 주인공이다.

러시아월드컵은 분명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높은 점유율이 승리의 공식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체력이 많이 소모되었던 크로아티아가 결승전 전반에 너무 열심히 싸움으로 오히려 이번 월드컵 패러다임의 희생양이 된 것은 역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는 해석의 문제라고 한다.?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역사는 다시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월드컵 역사도 마찬가지이다.?크로아티아가 프랑스와 예선전에 맞붙었다면 누구도 크게 관심 갖지 않는 경기였을 수 있다.?경기가 객관적으로 어느 팀이 어떤 스코어로 이기는 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경기에 담는 의미와 스토리가 그 경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대한민국이?2002년 한·일월드컵에서?4강에 진출한 것으로 얼마나 많은 스토리가 만들어졌고,?국민에게 용기를 주었는지 모른다.?하지만 패배도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

1954년 전쟁의 상흔을 채 지우지도 못했던 당시,?대한민국 팀은 스위스월드컵에 일본을 이기고 아시아를 대표해서 참가했다.?당시 세계 최빈국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단복도 양복점에서 빌려 입고,?비행기 편도 없어서 영국부부가 딱한 사연을 듣고 양보한 티켓으로 천신만고 끝에 시합전날?1진?11명이 스위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김용식 감독은?“져도 좋다.?그러나 한 골이라도 넣자.?그래야 전쟁 때문에 헐벗고 힘든 우리 국민이 조금이라도 시원해지지 않겠는가”라는 유명한 말로 선수들과 전의를 다졌으나,?시차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은 헝가리에?0대9로 대패할 수밖에 없었다.?경기 중 쥐가 나서?4명이 실려 나가고?7명으로 버텼다.?골키퍼 홍국영은?100개가 넘는 유효슈팅에서 골을?9개만 허락하는 대활약을 한 것이다.?

헝가리 감독은?“그들은 사자처럼 용맹했다.?쓰러져도 계속 일어나 뛰었다”하고 칭찬했다.?뒤늦게 전쟁이 끝난 지?1년도 되지 않은 세계 최빈국 대한민국팀이 엄청난 투혼을 발휘했던 것을 알게 된 축구팬들은 숙소에 와서 옷과 먹을 것을 산더미같이 쌓아놓고 돌아갔다.?여비가 없었던 대한민국은 경기 다음날 귀국길에 올랐는데,?어이없게도?8400달러나 되는 경기배당금이 있음을 몰랐던 것이다.?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눈물 나는 얘기이다. 1954년 우리 선배들의 투혼은?2002년 한·일월드컵 못지않은 스토리를 만들어준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꿈을 꾸어본다.?이번 러시아월드컵의 첫 경기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주심의 뒤늦은 페널티킥 선언에 의해서?0대1로 졌다.?이번 대회에서 선보인 비디오 리플레이가 아니었으면?0대0으로 끝났을 경기이다. 2번째 경기에서 멕시코에?1대2로 졌지만 우리가 당한 첫번째 골은 최근 핸드볼을 페널티킥으로 선언하지 않는 추세를 감안하면 당하지 않을 골이었다.

2번째 골은 누가 봐도 분명한 파울을 지적하지 않은 주심의 오심으로 비롯되었다.?우리가?1대0으로 이기든지?1대1로 비기는 것이 맞는 경기라고 할 수 있다.?마지막 독일과의 경기에서 우리는 사자와 같이 용맹한 투혼을 발휘해서?FIFA랭킹?1위 독일에게?2대0으로 승리했다.?월드컵 경기 중 독일 테슬라학회에 참석했다.?음식점에서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얘기를 들은 옆자리의 독일인이 한국이?2대0으로 이겼음을 치하하고,?대한민국이 축구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대한민국이?2승1무로 조1위로?16강에 진출하면 상대적으로 약팀이 몰려있는 대진운을 맞는다. 16강전 스위스전에서 과거 월드컵에서의 패배를 복수하고, 8강전에서는 영국과 만난다.?꿈은 한계가 없다.?영국과 대결에서 이겼다면 크로아티아와 준결승전이다.?한여름밤의 아름답고 기분 좋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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