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와 민어탕①] 무더위 지친 심신을 거뜬하게
부채에서 선풍기 거쳐 에어컨으로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불볕더위가 입추가 지나도 계속되고 있다. 여름철 가장 더운 시기가 초복·중복·말복의 삼복(三伏)이며, 올해 초복(初伏, 7월 17일)과 중복(中伏, 7월 27일)은 지났고, 말복(末伏)이 8월 16일이다.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들어 있는 삼복은 24절기(節氣)에는 속하지 않는다.
초복은 하지(夏至, 금년은 6월 21일)로부터 세번째 경일(庚日, 十天干이 庚으로 된 날), 중복은 하지로부터 네번째 경일, 그리고 말복은 입추(立秋, 올해는 8월 7일)로부터 첫번째 경일이다. 복날은 10일 단위로 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 20일이 간격이지만, 해에 따라서 월복(越伏)인 경우 중복과 말복 간격이 20일이 되기도 한다.
찌는 듯한 삼복더위에 보양식(保養食)을 먹거나 시원한 물가를 찾아 더위를 이겨내는 일을 ‘복달임’ 또는 ‘복놀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복날에 더위를 이겨내라는 뜻에서 고관대작들에게 쇠고기와 얼음을 하사했다. 냉장고가 없던 옛날, 우리 조상은 삼국시대부터 얼음을 보관하는 석빙고(石氷庫)를 만들어 겨울철에 언 얼음을 보관했다가 무더운 여름에 꺼내 사용했다. 조선시대에는 수도인 한양에 동빙고와 서빙고가 있어 동빙고에 있는 얼음은 왕실에서 제사음식을 신선하게 올리는 데 사용했고, 서빙고의 얼음은 왕실과 고위관료들이 썼다.
옛 사람들은 ‘부채’ 바람으로 더위를 이겨냈다. 전기를 이용하는 선풍기(扇風機, electric fan)는 1900년대에 개발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외국제품을 모방한 선풍기를 제작한 후 국산화에 성공했다.
에어컨(air conditioner, 공기정화기)은 1902년 미국의 한 제철소에서 일하던 윌리스 캐리어(Willis Carrier, 1876-1950)가 발명했다. 그는 에어컨 제조회사 ‘캐리어’를 창업했다. 캐리어는 뜨거운 증기를 채운 파이프 사이로 공기를 통과시키는 기존의 난방시스템의 원리를 뒤집어 냉매(冷媒) 사이로 공기를 통과시켜 차가운 바람을 만들어내는 에어컨을 발명했다.
1920년대부터 에어컨이 보급되면서 인류의 생활권은 빠르게 확장됐다.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李光耀, 1923-2015) 총리는 “에어컨이 없었다면 싱가포르는 없었을 것”이라며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았다.
우리나라는 1975년 금성사(현재 LG전자)가 창문형 에어컨을 생산하였다.
1950년대 필자의 학창시절 대구 집에는 일제 선풍기가 한 대 있어 온 식구가 마루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다가 선풍기의 모터 부위가 뜨거워지면 찬물수건을 선풍기에 올려놓곤 했던 것이 기억난다. 또 필자가 1965년부터 근무한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에는 미국에서 수입한 에어컨이 사무실마다 설치되어 있었다. 당시 에어컨은 창문에 설치했으며 실외기가 따로 없어 아주 길쭉한 형태였다.
예로부터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삼복에 즐겨 먹는 ‘복달임 음식’으로는 삼계탕, 민어탕, 팥죽 등이 있다. 이열치열, 영양이 풍부한 뜨거운 음식을 땀을 뻘뻘 흘리며 먹음으로써 체온을 조절하고 건강하게 여름을 나는 지혜로운 풍속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복중에 ‘민어탕’을 일품(一品)으로 여겨 ‘복달임’을 해온 관습이 있다.
여름 보약 민어(民魚, croaker)는 옛날부터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어류이며, 민어라는 이름처럼 ‘국민 생선’이다. 민어는 지방에 따라 방언도 가지각색으로 방언이 많다는 것은 예부터 우리 국민이 민어를 즐겨 먹었다는 의미가 된다.
서울과 인천 상인들은 두 뼘 미만인 것을 ‘보글치’, 세 뼘 내외인 것을 ‘어스래기’, 세 뼘 정도인 것을 ‘상민어’, 네 뼘 이상인 것을 ‘민어’라고 불렀다.
전남지방에서는 가장 큰 놈을 ‘개우치’라 칭하고, 법성포에서는 길이 30cm내외인 것을 ‘홍치’라 하며, 완도에서는 작은 민어를 ‘불둥거리’라 부른다. 옛 문헌인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민어를 면어(?魚), 표어(?魚)라 하고, 민어새끼를 암치어(岩峙魚)로 기록했다. <전어지>(佃漁志)에는 민어(?魚)로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