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이 유일하게 기억한 임종진의 ‘북녘 일상 사진전’
사진, 세월도 이념도 뛰어넘다
‘사는 거이 다 똑같디요’···갤러리 류가헌 8월 26일까지
[아시아엔=편집국] “지난 한달 반 정도는 거의 저녁이 없는 삶이었지요. 사진집과 전시를 동시에 준비하면서 그 시간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20여년 전의 필름들을 가지고 여전히 유효하게 쓰일 수 있는 것에 대한, 그럴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로 전시와 사진집을 준비했습니다.”
7월 31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갤러리 류가헌에서 ‘사는 거이 다 똑같디요’ 사진전(8월 26일까지)을 연 임종진 사진치유전문 ㈜공감아이 대표는 “이 무더위를 뚫고 와주십사 부탁드리가가 송구스럽다. 그럼에도 오실 분들 계시면 술 한잔 올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월간 <말>과 <한겨레신문> 사진기자로 일한 그는 1998년부터 2003년 사이 여섯 차례 방북해 취재한 북녘 동포들의 일상을 이번에 선보였다. 그는 “우리와 다를 것 없는 북녘의 사는 모습을 세상에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몇몇의 공감을 얻었을 뿐이다. 그러다가 세상과 사람들 마음이 열렸다. 2018년 오늘 남북정상이 손을 맞잡은 채 군사분계선을 넘나들고, 서로를 비난하던 북미가 마주 보며 웃는 세상이 온 것이다.
물론 4·27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는 변함없이 페이스북에 북녘 사진을 올렸다. 이들 사진을 보고 갤러리 류가헌이 사진전을 제안했다. 이념적 일방성과 꽉 막힌 장막으로만 북을 바라보던 시선을 벗어나 삶과 사람의 관점에서 남과 북의 경계선을 풀어보자고 임종진과 류가헌은 의기투합했다. 그리고 사진집 <다 똑같디요>도 함께 나왔다.
임종진은 이 사진들이 북에서도 전시된다면 더욱 좋겠다고 한다. 북한 땅을 다시 밟아 평양의 사진전시장에서 우정을 쌓았던 그 시절 북쪽 안내원들과 재회할 수 있기를, 대동강변 공원에서 우연히 만났던 그 신랑 신부가 장성한 자녀들과 함께 신혼시절 그 사진을 보러 오기를, 중년이 되었을 그 시절 북녘 대학생에게 자신이 찍은 사진 한 장 꼭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북에서 임종진 사진전이 열리는 날 그때 그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평야소주 한잔? 쭉 들이키시라요. 임종진 사진작가 선생 정말 잘 오셨습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