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광야’ 이육사 “큰 강물이 드디어 길을 열었다”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하여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친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고선 지고

큰 강물이 드디어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가득하니

내 여기에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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