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벗은 이들과 한평생 최영도 변호사, 영원한 ‘빛의 여정’으로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지난 9일 80세를 일기로 별세한 고 최영도 변호사 영결식이 12일 아침 서울중앙병원에서 열렸다. 고인은 삶의 대부분을 힘 없고 가난한 사람들과 정의 편에 서왔다. 그의 공적 이력은 △고등고시 13회 △대한변협 인권위원회 위원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참여연대 공동대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등이다.
최영도 변호사는 별세 사흘 전 아들이 다니는 베이직교회 조정민 목사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이날 영결식은 가족·친지와 베이직교회 성도들의 ‘천국환송예배’로 진행됐다.
조정민 목사는 “최영도 변호사님은 빛의 일생을 살다가 빛의 여정을 떠나셨구나 하는 생각이 마음 속에 울림이 되어 남아있다”며 “짙은 어둠의 시대에서 그분은 잠 못 자고, 고민하고, 모든 것을 털어가면서 빛 가운데로 가기 위해 몸부림쳤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종교의 빛 가운데로 자신을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어둠이 지배하는 종교마저도 빛 가운데로 걸어가야 하는지를 본인 자신이 고심하고, 속을 끓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조 목사는 “마지막 순간 그분께서 ‘그러한 삶을 살고자 했지만, 내가 죄인이다’ 하고 고백할 수 있었던 그 믿음의 결단과 용기에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조정민 목사는 “일생 예수를 믿는 사람처럼 살아온 그가 실제로 예수를 믿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그분이 마지막 가는 길에 듣길 원했던 찬송 ‘저 높은 곳을 향하여’를 함께 불러드리자”고 했다.
최범석 목사는 ‘환송예배’ 기도문을 통해 “고인께서는 평생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 편에 서서 사람다움이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지를 몸소 사셨던 이 시대의 어른이요, 귀감이며, 선각자였다”며 “정의로움이 어떤 건지 보여 준 모범이었으며 무엇보다 진리를 찾았던 구도자였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그는 생애 마지막 순간 마침내 진리를 만났고 받아들였으며 영생을 얻은 참 복된 분”이라고 했다
최범석 목사는 또 하관예배에서 “스스로 고난의 길을 선택했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간 그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존경하는 선배로서 후손들과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은 거인”이라고 회고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최영도 변호사의 별세에 대해 페이스북에서 “선배님은 엄혹했던 독재정권 시대 1세대 인권변호사로서 후배들에게 변호사가 걸어갈 길을 보여주는 표상이셨다”며 “참여정부에서는 국가인권위원장을 역임하셨는데, 그것이 그 분께 큰 고통을 안겨드렸던 것이 제게는 큰 송구함으로 남아있기도 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선배님은 평생 수집하신 원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조선시대의 문화재급 토기 1천500여 점을 십수년 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해 우리 토기문화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귀중한 연구 자료를 사회에 남겨주셨다”며 “우리 문화재가 국외로 유출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 변호사를 하며 번 돈을 모두 거기에 쓰셨다니,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사랑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좋은 법률가를 뛰어넘는 훌륭한 인격을 저도 본받고 싶었지만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였다”며 “제가 정치에 뛰어든 후 늘 걱정하며 한결같은 격려를 보내주셨고 저의 당선을 누구보다 기뻐하셨던 존경하는 선배님, 최영도 변호사님의 영면을 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