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악몽···’소산다사'(少産多死) 시대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하여 인구구조가 소산다사(少産多死)형으로 바뀌고 있다. 즉 신생아 수는 1970년 106만명이던 것이 2018년에는 35만1천명으로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사망자는 1970년 25만8천명에서 지난해 28만5600명, 그리고 올해는 30만5천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우리나라 인구 감소 시작 시점을 2023년으로 보고 있다. 2060년에는 출생아는 17만2천명, 사망자는 75만3천명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1970년 3088만명에서 2017년 5123만명까지 47년간 2035만명(65.9%) 증가하였으나, 연간 사망자는 1970년 25만8589명에서 2017년 28만5600명으로 줄곳 20만명대에 그쳤다. 이는 수명 연장으로 사망률이 떨어져 죽는 사람이 그동안 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30년간(2018~2047) 예상 사망자는 1387만명으로, 지난 30년간(1988~2017)의 748만명에 비해 1.9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경제적인 충격은 이미 일부 지표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즉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6년을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학자 해리 덴트(Harry Dent, HS덴트투자자문 대표)는 “한국은 2018년쯤 인구절벽에 직면해 경제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인구분석학)는 “출생아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이대로 두면 경제 전반의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사망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 사회·경제적으로 큰 충격파가 올 수 밖에 없다. 우선 장례비용 급증과 수도권 화장 시설 부족이 문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1인당 장례비용은 평균 1380만원(2015년)으로 연간 전체 장례비용은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계된다. 그리고 2040년대는 5~7조원에 달한 전망이다. 또한 임종 전 환자를 돌볼 의료기관, 간병 및 간호 인력도 크게 부족할 전망이다.
한국인은 전체 사망자의 약 70%가 병원에서 임종하며, 사망 전 요양병원 등에서 평균 20개월 정도 체류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말기 환자들이 병원이 아니라 호스피스 시설, 자택 등에서 사망할 수 있도록 가정간호·간병·호스피스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커뮤니티 케어를 도입했지만, 우리나라는 시설, 병원 중심으로 돌봄을 제공받고 있는 사람이 약 74만명(2016년 기준)에 달한다.
최근 한국사회복지협의회(회장 서상목)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빠른 고령화 진행으로 돌봄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커뮤니티 케어’를 도입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커뮤니티 케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서비스 제공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공공 중심에서 민관 협치 전달 체계로 전환하여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8월쯤 커뮤니티 케어 종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웃 일본도 ‘고령화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은 2040년을 고령화가 정점을 찍는 시점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세대는 ‘단카이 세대’(1947~49년생)와 ‘단카이 주니어 세대’(1971~74년생)다. 단카이(團塊)란 ‘덩어리’라는 뜻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를 말한다.
단카이 세대의 인구수는 약 68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4%를 차지한다. 이는 단카이세대 이전의 인구수보다 20%, 이후보다 26%가 많다. 이에 인구분포도를 그리면 덩어리 하나가 불쑥 튀어나온 것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단카이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1970~80년대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끌어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키운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리고 2007년부터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었다.
현재 일본의 노인정책은 단카이 세대가 모두 75세를 넘어서는 2025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단카이 세대의 자녀인 ‘단카이 주니어 세대’가 65세 이상이 돼 고령자 수가 정점을 찍는 2040년까지로 넓혀 보건의료전략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단카이 세대는 서민이라도 장롱 속에 현금이 있고, 거주할 집도 있지만 단카이 주니어 세대는 그렇지 못하다.
일본은 현재 전체 취업자의 13%(823만명)가 간병(看病)관련 일을 하고 있으며, 2040년에는 이 비율이 19%(1065만명)로 증가할 전망이다. 즉 일하는 사람 다섯에 한 명은 노인 돌보는 일을 한다는 뜻이다. 일본의 노인관련 비용을 보면, 연금 비용은 57조엔에서 73조엔으로 1.3배, 의료 비용은 39조엔에서 67~69조엔으로 1.7배로 늘어난다. 간병 비용은 11조엔에서 26조엔으로 2.4배 불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