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건명원 지킴이 최진석의 노장철학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아시아엔=김혜원 인턴기자] 행복하지 않은 하루를 사는 사람이 많다. 부와 명예에 눈 멀어 쉬지 않고 달려간다. 그런 이유로 ‘언제나 지금은’ 행복하지 않다. 현재를 죽여 미래를 사려는 사람들, 과연 미래엔 행복할 수 있을까? ‘언제나 지금이’ 불행한 사람들이.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도덕경 72장)

이런 사람들을 위해 철학자 최진석(건명원 원장, 전 서강대 교수)은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소나무)을 통해 노자의 철학을 꺼내든다. 최진석은 노자처럼 ‘이제 저것보다는 이것’에, ‘저기보다는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인이 이상을 뒤쫓아 맹목적으로 달려가기보다 지금 자신이 누리고 있는 일상을 만끽하길 바라는 것이다.

최진석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철학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30대에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중국에 머물 당시 북경을 방문한 당시 서강대 박홍 총장을 만나 베이징대 박사과정을 밟을 기회를 얻었다고 한다. 한국인으로 드물게 베이징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그는 서강대 교수를 거쳐 지금은 그는 건명원에서 제자 양성에 몰두하고 있다. 그가 글과 말을 통해 강조하던 대로 스스로 안정된 길을 버리고 험난한 길을 찾은 것이다.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소나무)는 철학자 최진석이 최근 15년간 발표한 논문과 비평문 등 17편의 글을 선별해 싣고 있다. 이 책은 △노자와 장자, 현대의 철학자들 △경계 위를 걷는 철학 △틈새를 견디는 긴 호흡을 위하여 △불안은 탄성을 낳는다 등 총 4부로 구성됐다.

저자 최진석은 공자와의 비교를 통해 노자의 철학을 살핀다. 공자와 노자는 둘 다 ‘도’를 추구하는 철학자였지만, 서로 다가가는 방법이 확연히 달랐다.

대표적인 차이가 공자의 극기복례(克己復禮)와 노자의 거피취차(去彼取此)다. 공자는 “자기를 극복하고 예를 따르는 것”을 우선시 했고, 노자는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하며, 바람직한 것을 버리고 바라는 것을 취하는” 것을 중시했다. 쉽게 말하자면, 공자는 삶의 중심을 ‘우리’에게서, 노자는 ‘나’에게서 찾은 것이다.

양주나 노자의 위아(爲我)주의는 오히려 우리 각자에게 개별자의 해방 주체의 자율성과 능동성 회복, 신체성의 가치 회복, 구체적 일상에 대한 가치 부여가 가능한 길을 열어주고 있다. ‘우리’에게 갇혀 있던 ‘나’를 비로소 해방된 존재로 살 수 있게 하고, 독립적 주체로 탄생시켜 준 것이다.

자기를 위하는 사람이라야 자신이 존엄에 대한 통철한 자각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을 수 있고, 자신의 욕망을 진실하게 대면할 수 있다. (62쪽)

흔히들 철학은 자신과 멀고 난해한 학문으로 여기곤 한다. 노장 철학 역시 자신과 상관없는 먼 이야기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철학은 가장 인간과 근접한 학문이다. 현대인이 노자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최진석의 지론이다.

철학에 문외한인 사람이 처음 이 책을 접하면, 다소 어려울 수도 있겠다. 철학 전공서적 수준의 논문과 비평문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보다 먼저 출간된 최진석의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위즈덤하우스)을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노장 철학에 대한 이해가 한층 더 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