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범죄칼럼] “총을 쏜 사람에게 쏜 자국 있다”

[아시아엔=김중겸 전 경찰청 수사국장, 인터폴 전 부총재] 대포나 소총 총구의 내경(內徑, 안지름) 또는 탄환의 지름을 구경(caliber, 口徑)이라고 한다.

단위는 영국과 미국에서는 inch, 독일과 일본에서는 mm로 나타낸다. 미국제 소총에서 구경 30은 30/100 인치, 22는 22/100 인치다.

대포는 구경과 함께 포신(砲身)의 길이를 배수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50구경 400mm 포는 포신의 길이가 구경의 50배이고 구경은 400mm라는 뜻이다. 포의 크기를 나타내는 하나의 척도가 된다.

선조총인 권총과 라이플은 총강의 크기를 1/100인치 단위로 표시한다. 45구경 권총은 총강의 직경이 45/100인치이며, 45구경의 탄약을 사용한다.

magnum(매그넘)은 총의 규격과 관계없이 발사약의 화력을 나타낸다. 45구경 카트리지와 44구경 매그넘 카트리지는 탄환 크기가 거의 같다.

발사약은 전혀 다르다. 매그넘형 발사약은 연소가 느려 45구경 총에는 쓰기 어렵다.

탄환과 탄피는 소중한 증거

인체에 박힌 탄환은 살아 있으면 병원에서 수술을 통해, 죽었을 때는 시체보관소 시신에서 찾아낸다.

벽, 문, 타이어 등 물체에 박힌 탄환은 발사각도 규명 등 현장조사 후에 회수한다. 상처나 변형이 생기지 않도록 손으로 직접, 또는 핀셋 끝에 고무를 끼워 다룬다. 건조시켜서 따로따로 보관한다.

약협(藥莢)은 총포탄환의 화약이 들어있는 놋쇠로 된 통을 말하며 약통(藥筒), 케이스, 탄피라고도 한다.

산탄과 탄환이 총구로부터 나가면 화학반응이 생긴다. 반대쪽 끝으로 나온 탄피에 흔적이 있다. 탄피에 남은 흔적을 정밀하게 검사하여 세부사진 또는 현미경사진을 찍어 둔다. 나중에 용의총기가 발견되면 대조한다.

탄피 떨어진 방법을 보면 총 쏜 사람이 어디에 있었는가 알게 된다. 떨어진 장소마다 정확하게 기록한다. 탄피는 하나씩 용기에 보관한다.

쏜 사람에게 쏜 자국 있다

화약잔사(火藥殘渣, Gun Shot Residue GSR)는 화약의 연소로 생긴 증기와 미립자의 구름으로 찌꺼기를 말한다.

찌꺼기는 납·바륨·뇌관의 화약에 사용한 안티몬이 포함된 화학물질이다. 화약잔사가 용의자에게 부착되어 있다면, 가능성은 셋이다.

첫째 총을 직접 쐈다. 둘째 총을 쏠 때 그곳에 있었다. 셋째 발포된 총에 바로 손댔다.?GSR 성분분석은 금속원소분석에 의한다. 산탄이나 탄환을 구성하는 금속성분도 판정된다.

총기 메이커는 대부분 의도적으로 일정 비율의 금속첨가물을 추가시킨다. 확인이 쉽게 만든다. 소거법(消去法)에 의하여 아주 사소한 금속정보라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간다. 수사범위 좁혀진다. 가능성 있는 단서에 수사를 집중하게 된다.

용의자의 손이나 옷에 묻어 있는 미량의 금속입자는 강력한 증거로 기를 쓰고 찾아내려고 애쓴다.

총기는 위험물이다

언제 어떻게 발사되어 살상시킬 것인가. 그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 탄환이 장전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전제 하에 취급해야 한다. 장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장전상태에서는 운송하지 말아야 한다.

골동품 총, 물속의 총은 부식되어 있다. 잘못 발사되어도 관통되지 않는 안전한 용기에 먼저 보관한 후 감정한다. 총구에 연필이나 젓가락 넣어 들어 올리지 말아야 한다. 안에 있는 자료가 변형되거나 없어진다. 방아쇠 울 뒤에 연필 넣어 올리는 건 괜찮다.

지문은 채취 전에 먼저 총기담당관과 상의하라. 특히 지문채취용 스프레이는 총신 안으로도 들어간다. 총에 부착된 증거자료를 다 없애버리고 만다. 분무하기 전에 총강과 약실처럼 구멍 있는 부분은 밀봉한다.

총기·탄환·탄피·탄약통, 그 어느 것도 맨손으로 만지면 안 된다. 범인이나 용의자 지문이 있기 때문이다. 증거가 날아갈 우려가 많다. 총기관련 증거물은 조금이라도 습기가 있으면 부식한다. 플라스틱 용기에 보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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