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조오현 스님의 선시조④] 해탈 경지에서 자신만의 언어 ‘창조’
[아시아엔=배우식 시인] 선시조는 시조에 근거를 두고 있으므로 시조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즉 시조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선시조의 정의를 도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선시조는 선과 시조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는 근대에 들어오면서 서구문학의 영향으로 창가·신체시·자유시 등이 나타났다. 이와 같은 시형과 구분하기 위하여 음악곡조의 명칭인 시조를 문학 분류의 명칭으로 차용하게 된 것이다. 현대시조는 최남선의 ‘백팔번뇌’로부터 이병기, 조운, 이은상에 의해 부활되었다.
현대시조의 정형성은 통상 3장 6구설이 통례다. 시조의 구에는 6구설, 8구설, 12구설 등이 있으나 6구설이 통례로 되어 있다. 6구설을 주장해온 이는 안자산과 이태극 등이다. 3장 6구설은 구의 개념을 하나의 의미 내용을 갖춘 하나의 ‘의미 단위’로 파악한다. 현대시조는 “각 장이 4개의 소리마디, 즉 4음보의 반복과 전환의 미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또 각 장은 통사·의미론적으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타 장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조의 율격구조 측면에서 음수율과 음보율의 문제는 현재까지도 여러 학자 및 시인들에 의해 쟁점이 되고 있다. 현재 음수율의 기준이 되는 것은 조윤제에 의한 정의에서 비롯된다. 그는 “41자에서 50자 범위 내에 3·4·4(3)·4, 3·4·4(3)·4, 3·5·4·3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규정의 최단자수에서 최장자수 내에 신축할 것”이라고 했다.
음수율에 대해서는 조윤제 이외에도 “3장(章) 6구(句)로 총 자수 44자 내외의 구성을 지닌 정형시”라고 주장한 이태극과 “3장(章) 45언(言) 내외로 된 전형적(典型的)인 독립(獨立)된 시조(時調)”라고 주장한 고정옥 등이 있다. 시조형식이 3장 6구 45자 내외라는 일반적인 원칙은 음수율에 따른 인식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면 ‘45자 내외’라는 말과 ‘12음보’라는 말은 개념상 어떻게 다른가? 45자 내외라 함은 율격적인 개념이라기보다는 음절량의 개념이고, 12음보라는 말은 율격적 걸음걸이의 단위가 열둘이라는 뜻이다. 음절이 모여서 음보가, 음보가 모여서 구, 구가 모여서 장, 장이 모여서 한 편의 시조가 된다.
음수(音數)라는 개념과는 차이가 있는 ‘음보(音步)’는 음절이 모여서 이룬 최소의 율격 단위다. 현대시조는 독특한 형식적 구조와 언어적 특성 때문에 종장의 제2음보를 제외하고 낭송시 각 음보간의 시간의 등장성이 요구된다. 그래서 음수율보다는 음보율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시조는 일반적으로 3장 6구 12음보의 정형적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조 3장은 정형의 형식적 논리에서 뿐만 아니라 완결된 의미구조를 나타낸다.
우리는 앞에서 선종의 종지는 교외별전·불립문자·직지인심·견성성불이라는 사실을 살펴봤다. 또 시조의 형식은 3장 6구설이 통례이며, 율격에는 음수율과 음보율이 있지만 아직도 논자들 사이에서 논쟁 중에 있다. 또한 3장의 시조는 의미구조면에서도 완결성을 나타낸다. 이런 선(禪)과 시조(時調)가 만나 형성된 선시조(禪時調)는 새로운 문학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불립문자와 언어도단을 최고의 가치로 보고 있는 ‘선’과 정형성의 ‘시조’가 만나 형성된 것이 ‘선시조’라고 정의할 수 있다.
선시조는 선사상을 시적으로 표현한 언어양식이다. 서준섭은 조오현의 선시조를 “본질적으로 선시일체의 시이므로 자신의 마음과 인생과 우주를 환히 비추는 거울과 같은 시라고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해탈의 경지에서 자신만의 창조적 언어형식을 찾아가는 조오현의 선시조는 개성과 독창성을 통해 심오한 시적 성취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