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랄라의 ‘랄라살롱’, 아날로그 카메라가 포착한 ‘유일한 순간을 담은 유일한 컷’
[아시아엔=서의미 기자, 사진 D Project 제공] 2012년 문을 연 D Project 구슬모아당구장은 신진 아티스트들의 등용문이다. 그동안 33개의 팀이 이 곳에서 사진, 그림, 건축디자인 등 여러 분야의 작품을 전시했다. 그리고 지금, 구슬모아당구장은 사진작가 최랄라의 ‘랄라살롱’(2017년 10월 21일~2018년 3월 4일)을 열고 있다.
이 전시회는 두 섹션으로 나뉜다. 관객을 맞이하는 첫 섹션은 유명 배우와 뮤지션, 모델들을 담은 일반 대중에게 친숙한 작품들이, 다른 섹션에는 작가 개인의 철학과 사연이 담긴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전시의 주인공 최랄라는 때론 빛 바랜 색과 강렬한 색을 혼합해 공존하기 어려워 보이는 둘을 하나로 모아낸다.
“나 니콘 Fm2랑 펜탁스 6×7 씀. 제발 카메라 뭐쓰는지 물어보지마세요ㅠ_ㅠ”
최랄라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피사체가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굳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그 속에 담긴 사연을 충분히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날로그 카메라를 사용하는 그의 작품 속엔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묻어 있다.
사람들은 아날로그 카메라의 매력을 ‘유일한 순간을 담은 유일한 컷’이라 표현한다. 작가와 매개체, 그리고 피사체 사이의 순간을 담아내는 카메라, 그 밀접한 상호작용을 통해 아름다운 순간이 포착된다. 촬영 직후 사진을 편집하려는 이들에겐 아날로그 카메라가 불편할지 모른다. 그러나 최랄라가 셔터를 살포시 누르면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유일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진작가 최랄라는 정형화된 형식이나 기술적인 해석에 얽매이진 않는다. 그저 사진 찍길 좋아할 뿐이다. 한가지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사진 속 피사체를 바라봐주는 것이다. 그의 작품 중엔 특이한 제목의 시리즈가 있다. ‘Alone Together’. 반대되는 의미를 지닌 두 단어가 언뜻 와 닿진 않는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작품들 속의 여성은 바다나 들판, 숲 속에서 외로이 존재한다. 사진 속 그녀는 홀로 있지만, 이 작품을 바라보고 그 사연을 상상하는 관객들이 존재할 때 이들은 비로소 함께 한다.
“무슨 개인전을 6개월이나 해?”
최랄라는 한류스타 송혜교의 커버와 자이언티, 지코, 태연 등의 앨범커버를 촬영해왔다. 한국에서 트렌디한 이들이 즐겨 찾는 작가로 꼽히기에 이번 전시회도 큰 관심을 모았다.
사실 ‘랄라살롱’은 딱 3개월만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찾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3개월이 연장됐다. 처음 3개월과 비교해도 전시장 리셉션이 붐빌 정도로 여전히 뜨겁다.
와인과 붉은 벽, 빈티지 냄새를 풍기는 가구들, 전시회장을 비추는 은은한 조명, ‘랄라살롱’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단어들이다. ‘랄라살롱’의 따뜻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는 시간이 멈춘 듯 현실을 잊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