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루족’을 아십니까?···연어족·니트족 등 신조어 난무하는 세상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최근 필자 늙은 부부가 살기엔 집이 너무 큰 것 같아 작은 평수로 옮겨갈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몸도 아프고 기력이 모자라 청소는 물론 식사, 병구완 등이 힘들어서였다. 그런데 이제 그 생각을 접어야 할 것 같다. 작은 딸이 뒷집에 사는데 언제 집에 들어와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리터루족’이라는 말이 있다. 독립해 가정을 꾸렸다가 경제적인 불안 때문에 다시 부모와 함께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리터루족은 ‘돌아가다’라는 의미의 ‘리턴(return)’과 ‘캥거루족’을 합성한 말이다. 캥거루족은 자식이 취업을 하지 못했거나 취업을 했지만 급여가 적어 독립하지 못한 자녀들을 일컫는다.
전문가들은 전세대란과 높은 주거비용을 따라가 주지 못하는 임금상승률로 인해 ‘리터루족’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주거비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는 등 안간힘을 쓰다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다시 부모와 함께 살기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년 전인 2013년에 비해 24.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값이 너무 올라 20~30대 청년층의 아파트 마련과 경제적 독립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리터루족’뿐 아니라 부모에게 기대어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는 30대 이상의 자녀를 뜻하는 ‘빨대 족’, 생활고로 인해 부모의 집으로 다시 회귀(回歸)한 젊은 직장인들을 뜻하는 ‘연어족’, ‘니트족’ 등의 신조어가 난무한다.
10월 30일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남녀 1061명 중 절반 이상(56.1%)이, 기혼자 중에서도 14.4%가 ‘스스로를 캥거루족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부모에게 회귀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육아다.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 설문(20~50대 1000명 대상) 결과, 10명 중 6명(59.6%)이 ‘양육비 부담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조금 여유 있는 부모는 ‘언젠가 줄 돈’이므로, 자식들이 고정적·안정적 수입이 있어도 미리 여윳돈을 준다고 한다. 보험·적금 등 취업 전부터 부모가 납부해주던 돈을 결혼 후 관성처럼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사회문제연구원에서는 이런 현상을 “취업난 등으로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연령대가 계속 높아지다 보니, 과보호 경향이 결혼 후까지 자연스레 이어지게 된다”고 풀이했다.
문제는 이 자식들 때문에 부모가 노후대비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조부모와 부부, 미혼자녀가 함께 사는 3세대 가족 비율은 2016년 기준 3.1%로 2010년(1.0%)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결혼 뒤 분가했지만 다시 부모의 집으로 돌아가 생활하는 ‘리터루족’의 증가는 부모의 노후 빈곤으로 이어진다. 결국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리터루족’이 증가하면 부모세대는 노후저축을 전혀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편 ‘리터루족’의 증가로 두 가족 이상이 거주할 수 있는 넓은 평형대의 아파트를 찾는 수요자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온나라부동산포털’의 아파트 거래량에 따르면,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거래량은 2013년 12만9137건, 2014년 15만3547건, 2015년 17만2174건 3년 연속 꾸준히 증가했다.
우리가 이 ‘리터루족’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유는 과거처럼 마음에서 우러나는 ‘효’를 실천하는 개념이 아닌 경제적 상황에 부딪쳐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자 택한 방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세대란’에 자식들 임금이 턱없이 부족한 탓도 많다.
지난달 31일 KB 국민은행에 따르면, 7월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억120만원이었다. 전세계약기간 2년을 고려해 2013년 7월 전세가를 확인해보면 1억6160만원으로 2년 새 24.5% 상승했다. 재계약 때 보증금이 무려 4000여만원이 더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2년 만에 생활비를 제외하고 4000만원을 모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주거불안은 결혼과 맞물려 부모 자식 세대를 모두 위협하고 있다. 급기야 부모 집을 담보로 신혼집을 마련해 달라는 등의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리터루족’만 탓할 일도 아니니 더 답답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