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 원조 피해자는 정약용···”우리 대통령이 종북좌빨이면 당신은 그리 좋겠소?”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우리 사회는 색깔론이 만연하고 있다.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한 인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종북좌파로 지칭하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리 손으로 뽑은 이 나라의 대통령을 종북좌파라고 칭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처사일까?
‘색깔론’이란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지니고 있는 사상에 대한 정치적 시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801~1819)은 20대 초에 접했던 천주교로 인해 일생 천신만고의 괴로움을 당해야만 했다.
‘천주학쟁이’라는 색깔론이 덧씌워졌기 때문이다. 일만 터지면 정약용은 ‘천주학쟁이’라는 색깔론으로 비방과 탄압을 면할 길이 없었다. 다산이 조금이라도 형편이 피거나 벼슬이 올라가면 반대파들의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러면 천주학쟁이라는 주홍글씨가 튀어나왔다.
근거 없는 ‘색깔론’은 오늘날에도 그 위력이 보통이 아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색깔론’도 지긋지긋한데 언제까지나 ‘색깔론’으로 사람들을 매장시키려 하는가? 참으로 웃기는 세상이다. 김정일을 욕하지 않고 박정희를 욕하면 좌파로 매도당한다. 여당을 욕하지 않고, 자유한국당을 욕하면 용공으로 몰려버린다.
나라가 강해지고 발전하려면 국민들이 화합하고 단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나 한반도는 남북이 갈라진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진보와 보수로 분열되어 색깔론까지 판친다.
참으로 야박한 세상이. 있는 자가 없는 자를 도와주고 강한 자는 약한 자를 보호하자고 해도 의심스런 눈초리로 보는 세상이. 자비가 넘치고 인정이 가득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고 해도 좌파가 아닌가 하는 색안경을 쓰고 보는 야박한 세상이다.
그뿐인가? 많이 가진 자가 더욱 많이 가지려 하고, 거기다가 권력까지 움켜쥐려는 슬픈 현상을 우리는 늘 보고 있다. 이 사회 각 분야에 썩지 않은 곳이 별로 없다. 부패가 판치고 부정이 춤추는 이 나라의 적폐는 없어져야 한다. 새 정부가 갓 출범한 지금 개혁을 해야 한다.
사랑해야할 국민을 좌파친북으로, 존경받아야 할 이 나라의 대통령을 종북 빨갱이로 모는 나쁜 습성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막말로 인격을 의심케 하는 여당 대표가 도리어 대통령을 종북이라고 큰소리 치는 이 현실은 정말 가슴이 아프다. 자기들에게 동조하지 않으면 무조건 종북 좌빨로 몰아버리는 이 미친 세상에선 정의도 민주도 양심도 인권도 자랄 수 없다.
그런 그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 이 나라의 대통령이 빨갱이면 좋겠는가? 서로 힘을 합해도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기도 어려운데, 서로 헐뜯고 남을 욕하고 남에게 책임을 전가해야 하는 세상은 이제 그쳐야 한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그것이 아무리 좋은 주의·주장이라도 정의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