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투!”···제2의 ‘어금니 아빠’ 이영학·’벅시’ 제임스 토벡 감독 막으려면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성범죄가 만연하고 있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35) 사건이 대표적이다. 우리 사회의 무엇이 이런 비극을 잉태하였을까? 전 세계에 10여명만 존재한다는 희귀병인 ‘거대백악종’을 앓고 있는 이영학은 그야말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인간들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최근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사태를 두고 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제안한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 too)’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알리사 밀라노는 트위터 등 SNS에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은 ‘미투(Me too)’라고 써달라”고 했다. 그러자 이에 호응해 레이디 가가, 패트리샤 아퀘트, 안젤리나 졸리 등 유명인들이 동참하며 50만건 이상 리트윗 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리고 8만여명이 경험담을 공유하는 등 큰 반향을 일으키며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알리사 밀라노는 지난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성폭력을 경험한 여성들이 ‘나도(Me too)’라고 적는다면,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 것”이라며 참여를 독려했다.
이 글은 이틀 만에 2만번 이상 공유되고, 약 6만개의 댓글이 달릴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많은 여성이 ‘미투’ 캠페인에 동참하며 성희롱과 성폭행 사례를 밝혔다. 한 네티즌은 “성희롱은 칭찬처럼 들리지 않는다. 성희롱은 상대에게 굴욕감을 주고, 당신이 가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줄 뿐”이라며 동참했다.
적지 않은 남성들도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미투’를 외치고 있다. 38명의 여성이 중견 영화감독 겸 작가인 제임스 토벡(72)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고 한다. 토벡?감독은 워런 베티와 아네트 베닝이 주연한 영화 <벅시>로 1991년 오스카 각본상 후보에 오른 뒤 유명해졌고 올해 초 영화 <프라이빗 라이프 오브 어 모던 우먼>을 만들어 베니스영화제에 출품한 유명감독이다.
그의 성추행 전력은 ‘나도 당했다(Me too)’ 라는 고발 캠페인 때문에 드러났다.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은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이 지위를 이용해 20대 초중반의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처럼, 토백 감독 역시 지위와 할리우드 인맥을 동원해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한다.
토벡 감독을 고소한 여성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뉴욕의 길거리를 배회하며 여성들에게 접근해 유명감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배우로 데뷔시켜줄 테니 개인면접을 보자며 호텔 등으로 여성들을 유인했다. 당시 피해 여성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이었으며 고등학생도 있었다.
피해자 중 한명인 라디오 진행자 사리 카민은 2003년 토벡이 영화 배역을 주겠다며 접근해 “많은 스텝들과 함께 노출장면을 찍으려면 연습이 필요하다”며 호텔로 데려가 성추행했다고 증언했다. 배우 애드리언 라밸리도 2008년 배역 면접을 보자는 제안 때문에 호텔에서 토백을 만나 성추행을 당했다고 했다. 라밸리는 “매춘부가 된 것 같았고 내 자신과 부모님, 친구를 실망시키기 싫어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고 했다.
이와 같이 토벡의 범행이 드러난 것은 와인스틴 성추문 이후 시작된 성폭력 고발 캠페인의 영향이 크다. ‘미투 캠페인’은 할리우드를 벗어나 다양한 영역과 국가에서 자행되던 성폭력 폭로에 일조하고 있다. 2015년 은퇴한 미국의 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 맥카일라 마로니(22)도 13세부터 팀 닥터인 래리 나사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치료를 명분으로 지속적 추행을 당했다는 마로니는 “권력과 지위가 있는 곳 어디에서든 성추행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에서도 ‘당신의 가해자를 폭로하라’는 SNS캠페인을 통해 여성들의 성폭력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집권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의 모젤 크리스토프 아랑 하원의원, 사회당 소속 원로정치인 피에르 족스 등이 여성 보좌관 등을 지속적으로 성추행 해왔다는 폭로가 나왔다.
캠페인을 통해 과학계에 만연한 성폭력을 고발한 네덜란드 트웬테대학 컴퓨터공학과 바네사 에버스 교수도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증언하는 지금이 현실을 알릴 적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노골적인 성희롱부터 성적 이메일까지 다양한 성폭력을 당했지만 문제제기를 하면 이상한 사람이 됐다”며 “여전히 두렵지만 이 같은 폭력은 특정인이 아닌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폭로를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우리도 이제는 이런 성범죄에 침묵을 지켜서는 안 되겠다. 용기가 없어서 나서지 못한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사회의 성범죄는 끊일 날이 없을 것이다. 지난 겨울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광화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촛불시위를 했다.
“이것이 나라냐?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자!”
이 거대한 파도에 숨죽여 지내던 소시민들도 용기를 내어 참여했다. 그 결과로 우리는 오늘 새로운 나라, 나라다운 나라를 한창 건설하고 있다. “나도!” “나도”는 능동적인 표현은 아니다. 다만 불의나 부정에 대한 분노는 있었으면서도 용기 부족으로 앞장서서 나타내지 못했을 뿐이다.
정의(正義)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공정하고 올바른 상태를 추구해야 하는 가치다. 정의는 용기 있게 행하고, 불의는 칼이 목에 들어와도 취하지 않는 것이다. “일 키워 좋을 거 없다” “소문 나봐야 너만 더 손해야”라며 회피해서는 세상이 더욱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