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의 환생 통해 ‘격동의 중국’ 마주한 지주 서문뇨 : ‘인생은 고달파’

[아시아엔=알레산드라 보나보미 기자] ‘인생은 고달파’의 주인공인 지주 서문뇨는 1948년 중국 토지개혁기 때 소작농들에게 악덕지주로 몰려 총살당한다. 스스로를 좋은 지주였다고 생각한 서문뇨는 자신의 죽음이 부당하다고 느껴 염라대왕에게 하소연한다. 그의 불평에 지친 염라대왕은 2년여 흐른 1950년 새해 첫날 그를 환생시킨다.

그러나 환생한 서문뇨는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 인간의 몸이 아닌 동물의 몸으로 환생했기 때문이다. 결국 서문뇨는 당나귀, 돼지, 소, 원숭이 등 6번의 환생 끝에 2001년 들어서야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는 태어나고 또 다시 태어나길 반복하는 반세기 동안 대기근과 문화혁명기 등 공산당이 전토를 휩쓸어버린 중국의 격동기를 목격한다.

1955년 중국 북부의 농촌에서 태어난 작가는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뜻을 지닌 필명 모옌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구에서도 널리 번역되는 그의 글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1986년작 <붉은 수수밭>이다. 제2차 중일전쟁 당시 한 가정의 고난을 그린 이 작품은 중국이 낳은 거장 장이모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됐다. 그리고 2012년, 모옌은 “마술적 사실주의에 민간설화, 역사, 동시대 상을 작품에 녹여낸다”는 극찬을 받으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공산당에 줄을 댄 모옌은 정치적 신념으로 감옥에 갇힌 반체제 인사들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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