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민중 미술가’ 요스 수프랍토의 꿈
“산업화·민주화서 촛불혁명까지···인도네시아 ‘롤모델’ 한국의 관객들께 평가받고 싶다”
[아시아엔=자카르타/에디 수프랍토 아시아기자협회 차기회장, <콤파스> 전 기자] 한국에 본부를 두고 발행되는 <아시아엔> 한국어판에 이곳 인도네시아에서 열리고 있는 미술전시회를 소개하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독자들이 계실 거다.
지난달 23일 자카르타 국립갤러리에서 시작해 3일 막을 내린 요스 수프랍토 박사의 ‘우주를 거슬러 오르다’ 미술전은 제목만큼이나 특이하고 재밌는 스토리가 많다.
우선 요스 박사는 전공 화가가 아니다. 1952년생인 그는 호주 제임스쿡대학교에서 동남아 지역학(학사)에 이어 동남아 학생운동사 연구로 석사학위(1984)를 받았다. 그는 1998년 호주의 서던크로스대학교에서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탄압에 드러난 신화와 문화’ 논문으로 박사를 받았다. 그는 현재 프리랜서 교수로 여러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 만큼 그의 작품들에는 굴곡 많은 인도네시아 현대사가 곳곳에 배겨 있다. 즉 △노동착취를 벗어나기 위한 광산노동자들의 탈출 △정치적 억압에 대해 눈물로 저항할 수밖에 없는 지식인 △무자비한 권력과의 투쟁을 상어잡이로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들이 그것이다.
요스 박사의 작품은 인도네시아 독립 후 지리하게 끌어온 민주화·산업화 과정에 대한 국민적 열망도 함께 담고 있다. 가령 △마을주민들의 공동 사금 채취 △바다의 여신 △태양을 향해 힘차게 배를 밀고 가는 청년들 모습 △착한 양들의 싸움 등은 이같은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특히 갈등 대신 화해와 협력을 강조하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 시대의 종교정책을 반영하듯, ‘싸우는 듯 대화하는’ 그림 속에선 화가의 오랜 열망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요스는 “미술이나 음악 등 예술활동이 사회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작가의 문제의식이 결여된 것으로 진정한 예술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참여작가, 혹은 민중미술가인 셈이다.
요스 박사는 “한국 현대사는 일제 식민지배, 해방과 전쟁, 민주화·산업화 과정 및 그 가운데 숱한 부작용, 그리고 최근엔 촛불혁명에 의한 현직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새 대통령 취임 등 다이나믹 그 자체”라며 “이곳에서 나의 작품들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평가받고 싶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