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은퇴 바른정당 황진하 전 의원 숨겨진 일화
군 현역시절 광견병 물려 생사 기로 부하장교 가족 구해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오늘 황진하 바른정당 파주시을 당협위원장이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3선의 황 전 의원은 육사 25기로 군 재직시절 일화가 많다. 언젠가 그에 관한 글을 읽은 것이 생각나 기억을 더듬었다. <장군들의 리더십>(2005년 늘푸른소나무)이었다.
<신동아> 조성식 기자가 쓰고 심재륜 전 검사장이 추천사를 보탠 이 책에는 김덕수, 배양일, 신원배, 이진학, 채명신, 최승우 그리고 황진하 등 육해공군과 해병대 장군들 7명이 등장한다.
‘광견병’이란 제목이 붙은 황 전의원의 일화를 옮긴다.
1993년 1년간 미국 랜드연구소에 유학했던 황진하 장군은 귀국 직후 15사단 작전부사단장에 부임했다. 어느 날 대간첩작전 시범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사단장이 주재하는 회식이 있었다.(중략) 대대장과 연대 작전주임이 시종 침울한 표정인데다 술도 마시지 않았다. 사유를 알아보니 두 사람의 부인과 중대장 아들이 미친 개에 물려 ‘오늘 내일 한다’는 것이었다. 보건소와 병원을 찾아가 봤지만 별 도움을 얻지 못해 죽어가는 모습을 그냥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중략)
보건소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광견병이 없어진 지 오래 돼서 개발된 약이 없다”며 대체약을 소개했다. 그런데 약의 사용설명서에는 ‘반신불수가 될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황 장군은 술이 확 깨 사단장에게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 준장은 하와이에 있는 해군 무관과 서울의 한미연합사령관 보좌관한테 연락을 취했다. 전세계에 있는 미군 병원을 다 뒤져서라도 광견병 약을 구해줄 것을 부탁했다.(중략) 새벽 서너 시쯤 됐을까. 연합사에서 전화가 왔다. 경북 왜관의 미군기지에 광견병 약 1인분이 있다고 했다. 개에 물린 사람을 셋인데 1인분뿐이라니 난처한 일이었다.
황 준장으로부터 이 소식을 들은 두 부인은 중대장의 아들에게 양보했다.
다음날 아침 하와이에서 연락이 왔는데, 2인분 이상의 광견병 약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황 준장은 ‘만세’를 불렀다. 약은 모두 연합사령부로 수송되었다.
이로써 미친개에 물린 세사람은 약을 투여한 후 모두 깨끗이 나았다.(중략) 찾는 게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광견병 약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어려운 일이든 부딪쳐 해결해 보겠다는 황 장군 특유의 도전정신과 부하에 대한 순수한 애정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