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만교·불교·힌두교는 한 뿌리①] 김부타스 ‘쿠르반 가설’와 ‘기마민족설’
[아시아엔=홍익희 세종대 교수, <유태인 이야기>·<세 종교 이야기> 저자] 인도유럽어족에 대해 공부하다 재미난 가설을 알게 되었다. 1956년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고고학자 마리야 김부타스는 고고학과 언어학을 결합하여, 인도유럽어를 말하는 사람들의 기원에 관해 ‘쿠르간 가설’을 제창했다. 쿠르간은 터키어로 언덕이라는 뜻으로 고대의 거대분묘를 의미한다. 고대 부족 간의 가장 뚜렷한 문화적 구분은 조상을 기리는 방법의 하나인 매장방식이었다.
여기에 착안하여 김부타스는 러시아 남부의 쿠르간(Kurgan, курга?н)이라는 수반 분묘를 가진 문화를 조사하여 이를 ‘쿠르간 문화’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녀는 쿠르간 문화의 전파 경로를 추적해 기원전 50~30세기에 흑해 북안지역에 살던 종족이 처음으로 말을 길들여 강한 무력으로 주위를 정복해 나갔다는 ‘기마민족설’을 제기했다. 이로써 쿠르간 분묘와 문화가 유럽·중앙아시아 전역에 퍼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전형적인 쿠르간 무덤 모양은 신라 왕릉에서 보여지는 ‘적석목곽분’ 형태로 이런 유형이 흑해 북단지역과 알타이 지역에서 흔히 보이는 오리지널 쿠르간 무덤 형태다.
그녀의 이론은 한동안 절대적으로 통용되었다. 그러다 1987년 영국 고고학자 콜린 랜프류는 인도유럽인이 기원전 70세기 이전에 소아시아에서 건너온 농경인이라는 주장을 제기하여 폭 넓은 지지를 받았다. 최근에는 유력한 두 이론을 통합하려는 시도가 있는데 이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유전학자 카빌리 스포르짜의 유전자 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에 따르면 소아시아에서 유래한 농경민족이 발칸반도로 들어선 후에 북쪽의 흑해 북안으로 이주해 그곳에서 말을 타는 기마민족이 되어 유럽과 북인도 지역을 정복해 나갔다는 주장이다. 어쨌든 이들이 인도유럽인이고 이들이 쓰던 언어가 인도유럽어이다. 이 언어에서 많은 언어들이 파생되어 나왔다. (출처 <인도유럽인, 세상을 바꾼 쿠르간유목민> 라인하르트 쉬메켈 지음, 푸른역사)
기원전 25~20세기경 코카서스 지방에 인도유럽어를 쓰는 아리안이라 불리는 백인 유목민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이 최초로 불의 온도를 1000도 이상으로 끌어올려 철기시대를 연다. 그 뒤 기후변화로 초원의 풀이 사라지자 그들은 먹이를 찾아 이동해야만 했다. 철기와 전차로 무장한 그들은 쉽게 주변 청동기 부족들을 정복했다.
아리안의 대이동이 시작되어 일부는 유럽으로, 일부는 지중해 바닷가로, 일부는 이란을 거쳐 인도 북부를 침입해 정복했다. 이들이 정복 과정에서 탄생시킨 종교가 조로아스터교와 브라만교다. 선과 악의 대결이 강조되었던 조로아스터교는 유대교에 영향을 주어 오늘날 기독교사상에 크게 영향을 미쳤으며 브라만교는 인도 토속종교와 결합해 오늘날 힌두교의 모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