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리테일 트렌드] 대구 신세계백화점 ‘지역친화 마케팅’ 어떻게?
[아시아엔=석혜탁 <아시아엔> 트렌드 전문기자] 지난 달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오픈 한 달을 맞이했다. 신세계는 개점 후 1개월 동안 500만명의 고객이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대구시 인구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초반 흥행에 성공한 배경으로 지역 최대 규모의 영업면적(10만3000㎡), 아쿠아리움과 테마파크 등 다양한 놀이공간의 조성, 복합환승센터의 운영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의 ‘지역친화 마케팅’에 주목하고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
우선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현지법인(대구신세계)을 통해 운영된다. 현지법인화를 통해 지역인재 우선채용, 지역기업 입점 등 지역경제의 발전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현지법인화는 지역에 선사하는 유무형의 혜택이 많고, 무엇보다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기에 지역언론의 우호적인 보도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는 신세계가 대구지역에 안착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된다.
백화점에 들어가보니 대구시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묻어 있다. ‘대구현지법인’, ‘대구 기업’ 등의 지역친화적인 표현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별관인 파미에 타운의 대형스크린에는 “대구신세계는 대구 시민과 함께하는 대구 기업입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푸드 가이드, 스토어 가이드 등 고객들이 많이 보는 카탈로그의 첫 장에도 대구현지법인임을 강조한다. 많고 많은 여러 대기업 중 하나가 아니라 ‘우리 대구지역의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각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백화점 본관과 파미에 타운을 잇는 파미에 브릿지에서는 ‘장소의 탄생전(展)’이라는 이름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1973년 당시 대구 신세계백화점의 신문광고, 1970년대 동성로의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신세계는 실제로 1973년 대구에 백화점 점포를 오픈했다가 오일쇼크 등의 악재로 1976년에 폐점한 바 있다. 대외경제적인 요인으로 문을 닫은 것을 매우 정서적인 어법(“3년여 기간의 추억을 뒤로하고 1976년에 아쉬운 석별”)을 써서 표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구지역과 신세계그룹의 역사적 친화성(“대구의 이름으로 시작합니다”)을 강조하는 것이다.
또한 푸드마켓에 ‘동구청과’, ‘대구수산’, ‘달구네 정육점’, ‘대봉동 로라방앗간’ 등 이름만 들어도 대구의 지역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지역의 명물을 입점시켰다. 이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 대한 대구시민의 호감도를 높이고,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데 기여했다. 지역과의 상생을 중시한다는 이미지도 획득했다. 아울러 우리지역의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홍보하면서 먹거리의 신선함과 안전성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를 제고했다.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지역 내 사회공헌활동도 돋보였다. 신세계는 작년 12월 12일에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서문시장 상인들을 돕기 위해 5억원의 성금을 대구시에 전달했다. 대구점 오픈(12월 13일 프리오픈, 12월 15일 정식 오픈)을 목전에 두고 경쟁사 대비 거액의 기금을 쾌척함으로써 기부효과를 배가(倍加)했다.
경쟁사들은 서로 눈치만 보다가 알맞은 기부 타이밍을 놓쳤고, 신세계보다는 적지만 나름대로 거액의 성금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부효과가 반감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좋은 일에 통 큰 행보를 보인 신세계는 지역사회의 긍정적인 여론을 환기하는 데 성공했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의 하드웨어적인 측면에 대한 분석은 쉽게 접할 수 있으나, 세심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지역민심에 다가가고 있는 신세계의 ‘지역친화 마케팅’에 주목한 글은 잘 보이지 않는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최하위권일 정도로 지역경제의 지표가 좋지 않고, 250만명의 인구를 두고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도 강력한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신세계가 처한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결국 사업의 성패는 고객의 마음을 누가 얻어내는가에 있다. 조용하지만 치밀하게 준비된 신세계의 지역밀착 행보를 유의 깊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