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씨 “민정수석도, 검찰선배도 아닌 직권남용 피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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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어두운 방에서의 간특한 생각을 신(神)은 번개 치는 것과 같이 보고,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도 하늘은 우레와 같이 듣는다.”(暗室私心 神目如電 人間邪語 天聽如雷)

옛날 어느 벼슬아치에 뇌물을 가져온 자가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고 하자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네가 안다”(天知 地知 我知 子知)며 꾸짖었다는 말도 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검찰청사에서 웃고 떠드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조선일보 기자가 찍은 이 사진은 박근혜 정부의 실태만이 아니라 검찰의 행태를 낱낱이 드러냈다.

우병우는 퇴임 후 검찰에 끌려온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노무현씨, 당신은 이제 대통령도 아니고 사법고시 선배도 아니며 오직 수사를 받는 피의자요”라고 하면서 기를 죽이고 수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전형적 수사수법이겠지만, 한때 국가원수였던 분을 이렇게 다룬다는 것은 실은 자신의 조상들을 욕보이는 짓이다.

정승화 참모총장을 납치하여 별을 떼고 작업복으로 갈아입힌 후 몽둥이로 두드려 패던 보안사 수사관들과 다름이 없는 패륜이다.

검찰에 출두한 우병우 전 수석이 “우병우씨 이제 당신은 민정수석도 아니고 검찰 선배도 아니며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잡니다”라는 말을 과연 들었을까? 웬걸 그는 팔짱을 낀 채 웃고 변호사는 파안대소하며 수사관들은 기립하고 있는 것 같은 장면이 포착되었다.

“수석님, 아시다시피 이것은 다 하나의 쇼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저희들이 다 알아서 할 테니 잠시 쉬십시오”라고 수작을 하던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10·26 전에 한미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데는 미국 정보기관의 청와대 도청이 있었다. 이것을 알게 된 박정희 대통령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한미관계는 더욱 벼랑으로 몰렸으며, 결국 김재규가 ‘악마의 심정으로’ 박정희를 쏘게 만들었다. 오늘의 정밀기기로는 수백 미터 밖에서도 이런 영상과 음성을 파악해 낼 수 있다는 것은 정보기관에서는 상식이다. 천하의 수재 우병우는 이 상식도 없던 망신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