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은 시집보내야할 ‘짐’···15살에 ‘강제결혼’한 방글라데시 소녀가 새 삶 찾은 사연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결혼하기 전 제 인생이 고통스러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결혼 후 제 삶은 이전보다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남편은 칼을 쥔 채 제 머리를 때리기 일 수였어요. 특히 술을 마신 날엔 더 심했죠. 지금도 남편에게 맞은 상처자국이 남아있어요.”
방글라데시에서 ‘딸’들은 ‘시집보내야 할 짐’으로 여겨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방글라데시 소녀들이 원치 않는 결혼을 하고 있다. 가난 때문에 15세의 나이에 27살 남성과 강제결혼한 뒤 ‘혼수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버림받은 한 방글라데시 소녀의 삶이 영국 <BBC>를 통해 전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방글라데시 어촌지역 보라(Bhola) 출신 아스마(16)는 1년 전 15세의 나이에 결혼했다. 그녀의 가족은 수도 다카 슬럼가에서 살고 있었고, 귀머거리인 아버지는 일자리를 구할 형편이 되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다. 아스마는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어머니까지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내가 결혼을 하면, 부모님과 가족의 고통이 조금 덜해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27세의 한 남성과 혼인을 올린 이유였다.
하지만 아스마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아스마의 남편은 ‘혼수를 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폭행하기 시작했고, 현금을 가져오지 않으면 이혼할 것이라며 협박을 가했다.
남편에게 버림당한 이후 아스마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일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10살에 학교를 중퇴했기 때문에 선택의 기회가 많지는 않았지만, 한달 안에 취직할 수 있었다.
그는 “어머니께 일 나가지 말고 아버지와 동생을 돌보시라고 했다. 내가 가장이 된 셈이다”라며 “남자들처럼 일을 하니,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지 않는다. 이제야 사람답게 사는 느낌이다. 내 미래를 위해 결혼보단 자유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편 방글라데시는 ‘미성년 결혼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법적으로 18세 이하의 소녀들은 결혼이 불가하지만, 아직도 5명 중 1명은 15세가 되기도 전에 결혼식을 올린다. 어린나이에 강제결혼을 한 소녀들은 평생 폭력의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