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국경없는 교육가회’ 대표 “아프리카 최빈국 부르키나 파소, 평생교육만큼은 ‘으뜸’”

김기석 국경없는 교육가회 대표

김기석 국경없는 교육가회 대표 <사진=최정아>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부르키나 파소’란 나라를 들어본 적 있는가. ‘정직한 나라’란 뜻을 지닌 ‘부르키나 파소’는 아프리카 서북부에 자리 잡은 작은 나라다. 한국 대사관도 들어서지 않은 이 나라에서 ‘명예영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이 있다. 바로 ‘국경없는 교육가회’(Educators Without Borders, EWB)의 김기석 대표(서울여대 국제협력 석좌교수)다. 그는 박수정 협력사업부 팀장과 함께 아프리카 빈민들이 빈곤의 사슬을 끊고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 ODA’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8살 밖에 안 된 작은 단체지만, 성과는 매우 놀랍다. ‘국경없는 교육가회’에서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 GAPA(Global Aliance for Poverty Alleviation)가 한국 최초로 ‘2014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을 수상한 것이다.

기자가 그가 활동하고 있는 ‘부르키나 파소는 어떤 나라인가’ 질문을 던지자 김 대표의 눈빛이 반짝인다.

“부르키나 파소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는 나라에요. 2007년 1월, 아프리카 친구가 ‘반드시 부르키나 파소에 가야 된다. (혼자만) 잘 살거냐’고 저를 설득했어요. 그렇게 부르키나 파소 땅을 처음 밟았죠. 부르키나 파소는 거의 버려진 나라나 마찬가지였어요.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니 정규교육(공교육)이 제대로 갖춰졌을 리가 없었죠. 이 나라에서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난 8년간 열심히 노력한 결과 부르키나 파소는 놀라운 변화를 겪었어요. 공교육은 아프리카 국가들 중에서 바닥이지만, 평생교육은 ‘으뜸’이 된 것이죠.”

‘국경없는 교육가회’의 시작은 특별했다. 국내 지식인들이 모여 설립된 여타 단체와는 달랐다. 아프리카 현지 전문가들과 함께 뜻을 모아 출범해, 자연스레 현지에 녹아들었다. 현지빈민들이 실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했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교육프로그램이 ‘GAPA’(한글발음 갚아)다. ‘GAPA’는 ‘문해교육→창업 기술연수→무담보소액대출→창업’의 과정을 거친다. 교육목적은 ‘자립’(自立). 빈민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단계별 교육을 진행한다. 2010년 처음 발을 뗀 이 사업은 한국 최초로 ‘2014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사진=국경없는 교육가회>

“문해교육을 시작한 지 5년째인데, 그동안 수혜자 880명을 배출했습니다. 수강생들은 교육과정 말미에 수료증을 취득하기 위해 시험을 보는데, 98%가 합격할 만큼 다들 열심이죠. 비누제작 같은 소득창출이 가능한 기술연수도 진행하고 있죠. 1천2백여명이 기술연수를 받았는데, 이 중 550명 정도가 창업 소액대출을 받았어요. 상환율도 98%에 달해 매우 성공적이에요. GAPA의 성공비결은 ‘현지화’(localization)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한국형 개발’만을 강조하는데, 크게 잘못됐다고 봐요. 각 국가에 맞는 개발 프로그램이 필요하죠. 저희는 처음부터 아프리카 교육가들과 치밀하게 협업했어요. 함께 이 프로그램을 구상했던 현지전문가 중 한분은 현재 부르키나 파소 교육부 장관을 맡고 있어요.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을 수상했을 땐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모든 멤버들이 함께 기뻐했어요.”

박수정 국경없는 교육가회 팀장(왼쪽)과 김기석 국경없는 교육가회 대표

박수정 국경없는 교육가회 팀장(왼쪽)과 김기석 국경없는 교육가회 대표 <사진=최정아>

‘여성이 희망이다.’ 김 대표가 늘 강조하는 말이다. ‘국경없는 교육가회’는 여성이 교육을 받아야 가정이 살고, 나아가 사회와 나라가 산다고 믿는다. 여성교육이 한 나라의 성장의 ’뿌리’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슬림이 대다수인 부르키나 파소엔 글을 읽을 수 있는 여성들이 거의 없다. ‘남녀칠세부동석’ 문화도 강해서, 남성과 여성이 한 자리에 앉지도 못하며, 여성들에게 돌아가는 교육의 기회도 매우 적다. 그래서 GAPA 문해교육을 받는 수혜자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박수정 팀장은 문해교육 수혜를 받은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문맹’이 얼마나 삶에 어려움을 주는지에 대해 생각을 못했었거든요. 그런데 몇 년 전 문해교육 수혜자 중 한분이 저한테 한 한 마디가 아직도 머릿속에 맴돌아요. ‘이제 길을 잃어도 표지판을 읽을 수 있으니 무섭지 않다.’ 에이즈 환자 수혜자들은 처방전을 읽을 수 있으니, 시간에 맞춰 혼자 약을 먹을 수 있죠. 이 분들이 문맹으로 살아가면서 ‘얼마나 무서웠을까’라는 생각에 더욱 열심히 일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저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요. 여성분들이 교육을 받는 것을 본 남편들이 자신도 참여하고 싶다고 직접 찾아오기도 해요. 가부정적인 부르키나 파소에서 말이죠. 남성들이 직접 오는 것을 보며 인식의 커다란 변화가 생겼음을 느껴요.”

글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부르키나 파소 여성

글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부르키나 파소 여성 <사진=국경없는 교육가회>

“우리는 자선가가 아닌 ‘프로’입니다.”
한국 대사관이 없는 부르키나 파소에서 ‘명예영사’를 맡고 있는 김기석 대표는 한-부르키나 파소 간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국경없는 교육가회’는 부르키나 파소 정부와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특히 부르키나 파소 교육부는 GAPA 프로그램의 성과와 가능성을 앞서 내다본 듯하다. ‘국경없는 교육가회는 아프리카 최빈국이라 꼽히는 부르키나 파소 교육부로부터 무려 12억원을 투자받고 있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에게 투자와 지원을 ‘요청’하잖아요. 저희는 반대에요. 저희는 현지인들에게 제안하지 않아요. 현지인들이 저희에게 먼저 ‘콩밭을 만듭시다’라고 제안을 하죠. 그럼 우리는 전문가로서 계획을 구상해주는 식이에요. ‘국경없는 교육가회’는 구호단체나 자선가가 아녜요.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이예요. 교육은 단순한 ‘측은지심’ 갖고는 안돼요. 전염병, 지진 등 재난이 일어났을 때 굿네이버스, 월드비전과 같은 구호단체가 가죠. 하지만 이런 자연재해로 인한 어려움에서 벗어나고 발전하려면 이젠 과학, 기술, 혁신 등 전문기술이 필요하죠. 저희가 하는 일들이 과학, 기술 등을 전문적으로 교육시키는 거예요.”

최근 ‘국경없는 교육가회’는 200에이커 규모의 땅을 기증받았다. 이 땅에 부르키나 파소 교육부와 함께 ‘교원양성센터’와 ‘적정기술연수센터’(ICC)를 건설하고 있다. 이 곳에서 농업기술, 축산, 특용작물 관련 ‘교육자’들이 양성될 예정이다.

“문해교육을 마치신 분들 중 일부는 ‘교사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도 이 기쁨을 알리고 싶다’고 하세요. 문해교육을 직접 진행할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요. 실제로 교사연수를 통해 인증을 받아 교사가 된 분도 있어요. 이런 식으로 선순환 되는 거죠.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부르키나 파소에서 빠져나오는 것이에요. 빈곤은 자신들이 스스로 깨부숴야 해요. 이를 위해선 ‘지도자’ 양성이 중요하죠. 우리가 8년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만든 해법을 ‘브랜드화’시켜서 더 많은 빈곤국에 적용시키고 싶어요. 곧 라오스에도 진출할 예정입니다.”

현재 ‘국경없는 교육가회’는 UNDP와 함께 부리키나 파소, 앙골라, 콩고 3개국에 교육정책 평가사업을 하고 있으며, 에티오피아, 세네갈, 부르키나 파소 아프리카 3개국에선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삼성꿈장학재단’과 함께 멘토링 사업을 진행중이다. 이밖에도 세네갈, 파키스탄 등 아시아·아프리카 빈곤국에서 다양한 교육사업을 펼치고 있다.

김기석 대표와 박수정 팀장은 “빈곤을 깨부수는 방법은 ‘교육’이다”라고 말한다. ‘국경없는 교육가회’는 더 많은 빈곤국에 진출해 더 많은 빈민들이 자립하도록 도와줄 준비가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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