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침니케이크’, 맛과 향기로 대학가 유혹

33년 군생활 접고 케이크 굽는 장군 출신 김종찬 사장

[아시아엔=글 김아람 기자·사진 라훌 아이자즈 기자] 만추의 비가 한바탕 지나간 어느 초겨울 낮, 한 시간 가량 진행되던 인터뷰 도중에도 손님들이 드나들면서 출입문 ‘딸랑거리는’ 소리가 몇 번이나 들렸는지 모른다. 벽에는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찍어 올린 ‘침니케이크’(Chimney Cake) 사진들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서울 대학로 북쪽 끝 성균관대 초입에 위치한 동유럽 전통 베이커리 ‘침니케이크’ 국내 1호점의 주인공, 김종찬(60)사장을 만났다.

침니케이크에 대해 소개해달라.
“침니케이크는 가운데가 뚫려있는 굴뚝(chimney) 모양으로 된 빵이다. 독일, 헝가리, 체코, 폴란드, 슬로베니아 등 동유럽 국가에서 즐겨먹는 전통빵으로, 국가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그 중 체코의 굴뚝빵 ‘뜨르들로’는 특히 유명하다. 침니케이크는 동그란 원형 막대에 반죽을 돌돌 말아 즉석에 구운 뒤 겉에 초콜릿, 시나몬 등을 뿌려먹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찾는 이들이 많이 늘고 있다. 인터넷에 침니케이크를 검색하면 나오는 블로그 포스트 대부분이 우리 가게다.”

‘침니케이크’만의 맛 노하우가 있다면?

“우리 가게는 ‘신선하고 제대로 된 빵을 팔아야 한다’는 철학으로 일하고 있다. 대충 안 만든다. 하나를 만들어도 정성껏 만든다. 또 빵은 자고로 ‘갓 나온 따끈따끈 빵’이 제일 맛있는 법이다. 그래서 주문을 받자마자 즉석에서 구워 손님께 내어드린다. ‘당일 생산한 빵은 남더라도 재사용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이 3가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존심을 걸고 꼭 지켜나가고 있다. 이 밖에 각종 인공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버터 대신 해바라기씨유를 사용해 일반 빵보다 맛이 더 담백하다 보니 많은 분들께서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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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모양 빵이 독특하다. 만드는 과정을 간략히 소개해달라.
“우선 밀가루에 슬로베니아산 파우더를 섞는다. 여기에 신선한 오렌지즙을 직접 짜내어 섞은 뒤, 해바라기씨유를 사용해 반죽을 만들어 숙성과정을 거친다. 보통 저녁에 만들어 냉장고에서 저온숙성 해둔다. 다음날 아침에 빵을 구우니 10시간 정도 숙성하는 셈이다. 빵은 숙성이 생명이다. 숙성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금방 딱딱해지고 퍼석퍼석해서 맛이 떨어진다. 숙성된 반죽을 긴 원통막대기에 돌돌 감은 다음 오븐에서 구운 뒤 토핑을 한다. 이렇게 굴뚝모양의 침니케이크가 완성된다.”

육군 정훈감을 끝으로 예편한 후 국방홍보원장, 상지대 초빙교수 등을 거쳤다. 창업을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
“30년 넘는 군생활 등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큰 실패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 그 중에서도 미국 미주리대학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일이 제일 자랑스럽다. 하지만 이른 나이에 퇴직하다 보니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주위에선 일부 ‘왜 사서 고생하려고 하냐’며 만류하기도 했다. 2015년 1월1일 가게 문을 열기 석달 전부터 준비해 본격적으로 빵을 만든 한 달간은 매일 반죽하고 굽고, 버리고 또 반죽해 굽고 버리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여간 힘들었던 게 아니다. 덕분에 오랜 시간 관직에 몸담고 있었던 나로서는 자영업자의 고충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들 정말 고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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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디저트카페를 선택했나?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또한 무엇보다 내가 직접 빵 반죽에서 판매까지 직접 제품을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10평 남짓 아담한 매장이지만 구석구석 내 손길이 닿아있다. 메뉴 이름도 직접 다 내가 만들었다.”

후회한 적도 있을 것 같은데.
“왜 없겠나. 수백 번도 넘게 했다. 사업 경험도 없는데다 빵을 만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시작하는 것보다 정리하는 게 더 어렵다. 이거 한다고 일단 소문이 다 났는데 여기서 접는 건 자존심 때문에 못한다. 도중하차 할 경우 경제적 손실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어떤 손님들이 주로 찾아오나.
“인근 성균관대 학생들이 많다. 공연장이 많아 관객들도 공연 전 들러 빵을 자주 사간다. 의외로 가정주부들도 이곳을 많이 방문하는데 테이크아웃해 가신다. 국방연구원 김성걸 박사 등 오랜 지인들이 감사하게도 대량 주문해주시기도 한다. 동유럽 전통 빵이다 보니 헝가리,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사람이 와서 사가기도 한다. 대부분 대학로에 볼일이 있어 들르거나 근처 사는 손님이 많다. 전체 손님 중 10% 정도는 멀리 사시는 분들이 택배로 주문한다. ‘더미트’(The Meat)와 ‘퀸비’(Queen Bee) 등 펍이나 카페에서 다량 주문해 거기 손님들에게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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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지?
“아직 많은 사람들이 침니케이크에 대해서 잘 모른다. 떡볶이나 김밥처럼 이미 대중이 잘 알고 있는 음식 같은 경우는 홍보하기가 쉽지만 침니케이크의 경우는 ‘이게 무슨 빵인지’ 일일이 설명을 해줘야 한다. 소비층이 폭넓지 않다 보니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하루 수요량을 예측하기 힘들다. 손님 분들이 블로그에 정보를 공유하고, 우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페이스북(facebook.com/chimmeycakekorea)과 인스타그램(chimney_cake_korea) 덕분에 점점 많은 고객들이 생겨나고 있다.”

올해 1월1일 문을 열었다. 앞으로 침니케이크의 목표는 무엇인지?
“매장규모가 작다 보니 아무래도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강남에 위치한 펍이나 카페 등에 납품을 지속적으로 해오면서 외부 매출도 조금씩 늘고 있다. 차츰 손님이 더 많아지고 어느 정도 매출이 달성되면 강남으로 확장 이전할 계획이다. 이후 장사가 더 잘되면 프랜차이즈 사업에 도전할 생각도 하고 있다. 나중에 군대 정훈 후배들도 함께 창업에 동참해 ‘침니케이크 패밀리’ 한번 만드는 게 꿈이다.”

현재 침니케이크에서는 시나몬슈가, 누텔라아몬드, 검은깨땅콩버터 등 11가지 종류의 침니케이크를 판매하고 있다. 동유럽 원산의 ‘침니케이크’는 부산 울산 대전 강릉 등 전국에 15여곳이 있다. 침 기자가 직접 먹어보니 오렌지 향이 입안 가득히 퍼져 풍미가 좋았고, 돌돌 말린 빵을 손으로 찢어먹는 재미도 있다.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방문하면 더 많은 침니케이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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