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쓰레기매립장 ‘딜레마’···없애자니 3천명 생계 끊기고, 놔두자니 온실가스 압박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최근 파리에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이하 COP21)가 개최됨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에서는 오히려 온실가스 감축으로 생계를 잃어야 할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쓰레기로 먹고 사는’ 재활용품 수집가들이다.
인도네시아는 분리수거 및 재활용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대량의 쓰레기가 한꺼번에 매립장에서 처리된다. 이곳에서만 3천명의 사람들이 재활용이 될 만한 플라스틱, 장난감, 깡통 등의 쓰레기를 줏어서 되팔아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심지어 매립지 근처에는 이들이 따로 모여 사는 마을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쓰레기매립장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메탄’을 대량 생산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정부가 환경보호 차원에서 분리수거 및 재활용 시스템을 이곳에 구축한다면, 이들은 당장 먹고 살 길이 없어지는 셈이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제일 큰 쓰레기 매립장에서 일하는 타키딘(42)씨는 10대 때부터 이곳에서 쓰레기를 주어 생계를 유지했다. 그는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 편하다”면서 “일하고 싶을 때는 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들의 수입은 인도네시아 평균 임금에 비해 썩 나쁘지 않다. 별다른 수확이 없을 때는 하루에 4달러(4천600원), 운이 좋을 때는 10달러(1만1600원)까지 벌 수 있다.
그러나 나쁘지 않은 수입에 비해 부상의 위험도 있다. 이들은 포크레인이 새로 들어온 쓰레기를 더미 위에 올려놓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등 작업 도중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9년째 쓰레기를 줍고 있는 이웍(40)씨는 “예전에 포크레인에 한번 부딪힌 적이 있지만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면서 “이 매립장에서만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고로 사망했다”고 전했다.?그러나 정작 매립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이런 사고에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언젠가 쓰레기 더미가 무너질까 걱정”이라고 한다.
많은 이들이 생계를 꾸리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매립장에서 하루종일 쓰레기를 줍고 다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안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