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동북아’, 남북한·중·일 ‘동북아 거버넌스’ 구축해 안보·경제 협력해야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오늘날 동북아는 변혁·혼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 전통적인 의미의 안보만으로는 국제정치를 설명할 수 없다. 경제적인 측면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또한 한국의 역량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할 것이다.” –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지난 11월1일, 서울에서 ‘제6차 한중일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 남중국해 분쟁 등 복잡다단한 국제정세 가운데 열린 3개국 정상회의였다. 지난 3개국 정상회의 후속조치로, 한·중·일·미 4개국 안보 전문가들이 모인 ‘동북아 지역협력의 새 시대’(A new era of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국제세미나가 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원장 이일형)과 경제인문사회이사회(이사장 안세영) 공동주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 4개국 전문가들은 동북아 안보·경제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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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세미나 발표자들 <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하영선 서울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열린 세미나에선 ‘동북아 공동번영을 위한 새로운 지역협력구상’을 주제로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중일 견제구도···’중재자’ 한국 통한 다자외교 필요

중국이 동북아의 새로운 패권국으로 부상한 이후,?한국 외교가 풀어야할 숙제는 더욱 많아졌다.?미국은 아시아로 회귀(Pivot to Asia)하고 있으며, 일본은 미국, 일본, 호주 등과의 동맹을 강화하며 중국을 견제하려고 한다. 첫번째 발제를 맡은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이러한 국제정세 속에서 빠르고 영민한 ‘돌고래’와 같은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중일 간 견제구도 사이에서 ‘다리’(Central Bridge)가 되어 3개국 협력을 이끌어낼 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 김흥규 교수는 “한국의 현실은 돌고래 보다는 ‘고등어’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은 강대국들이 할 수 있는 균형자 역할보다는, ‘아태지역의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다자외교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이 군사력을 확충하려는 행보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김흥규 교수는 “이는 국제정치 특성상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본다. 오히려 이를 억지로 막으려고 할 때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질 수 있다”며 “높아지는 긴장감 속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한다. 한반도는 핵무기 위협에 노출돼있다. 북한 핵시설은 점점 노화되고 있다. 4개국이 더욱 협력해야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다나카 히토시 일본총합연구소 전략연구센터 이사장은 동북아 협력의 방향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히토시 이사장은 북한문제, 군사협력, 투자·무역, 에너지·환경 등 다분야에서 다양한 협력 방향을 제시하며 “동북아 거버넌스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공동의 이익을 창출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며 “무역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고, 금융과 인프라 개발 협력을 위해서는 일본도 AIIB에 가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토론에 참여한 스콧 스나이더 전미외교협회 한국학 선임연구위원은 “다자간 외교협력에 ‘지역적 한계’는 없으며, 정치적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협력모델로 ‘유럽’사례를 제시했다. 스나이더 위원은 “유럽에서 국경·영토 문제 등 지역적 갈등이 고조됐던 1970년대엔 중간자 역할을 해준 동구권 국가들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동북아의 경우, 이런 역할을 해줄 국가는 오직 한국밖에 없다”며 “그만큼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럽 사례를 모델로 삼는다면 동북아 협력도 가능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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