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외대 김수일 총장 “대구외대서 최고의 아세안 전문가 배출하는게 꿈”
아시아 시대, 대학의 길을 묻다 ①
‘원 아시아’. 21세기 아시아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확한 단어다. 시대적 흐름에 맞춰 한국 정부는 아시아 각국과 활발한 경제교류를 추진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아시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이 이 흐름을 타는데 있어 가장 주춧돌이 되는 ‘인재양성’은 대학의 몫이다. <아시아엔>은 ‘아시아 시대, 대학의 길을 묻다’ 대구외대 김수일 총장 편을 시작으로 아시아로 뻗어나가는 한국의 아시아의 대학과 인물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아시아엔=대구/최정아 기자] 책상 위에 있는 세계지도를 180도로 뒤집어 보자. 대한민국 남해 바로 위로 ‘동남아’가 보일 것이다. 김수일 대구외대 총장은 남들보다 한 발 먼저 ‘동남아’를 바라봤다. 한국 대사로는 유일하게 인도네시아 두 대통령에게 훈장을 받았고, 그 인연으로 한-인도네시아를 넘어 한-아세안 관계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전세계가 아세안을 바라보기 시작한 지금, 한국 최고 동남아 전문가인 김 총장이 제자들을 육성하기 위해 대구외대에 자리 잡았다.
김수일 총장에겐 개인적인 꿈이 있다. 한국에 있는 ‘4년제 외국어대학’ 중 가장 낙후된 대구외대를 전문성을 갖춘 명문대로 성장시키는 것이었다. 총장이지만 학생들을 상대로 직접 강의할 만큼 그 열정이 누구보다 뜨거웠다. 그는 누구보다 외국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때문에 한국외대 인도네시아어학과를 졸업한 이후 외국어 능력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대사, 외교부·통일부 자문위원, 부산외대 교수 등의 요직을 거쳐왔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한다.
<아시아엔>은 지난 2월 취임 새내기 총장이자 손꼽히는 ‘동남아 전문가’인 김수일 총장을 만나 그가 대구외대와 함께 실현시키고픈 비전을 들어봤다.
“저는 지금까지 외국어를 활용해 사회생활을 해온 사람이에요. 그래서 누구보다 외국어를 어떻게 활용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외국어는 독립적인 학문으로선 생명이 끝났어요. ‘하나의 상식’이 된 것이죠. 이제 외국어와 실용학문을 융합시켜야하는 시대가 왔어요. 변호사가 영어와 인도네시아어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기회는 무한정으로 늘어나죠. 우리 학생들한테도 항상 이런 얘기를 강조하죠. 외국어를 중심으로 한 무역학, 회계학 등 ‘융합전공’이 글로벌 시대에 선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취업시장이 바늘구멍보다 좁다고 한다. 김수일 총장은 학생들도 국내보단 해외취업으로 눈을 돌려야한다고 말한다. 특히 ‘해외취업의 황금어장’인 동남아가 취업난을 맞은 한국청년들에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취임직후 대구외대를 ‘동남아 특성화대학’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대구외대는 올해 경산의 하양꿈바우시장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상품들을 동남아에 직접 수출하며 무역실무를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동남아는 세계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지역이죠. 기회도 분명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해요. 현재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기업만해도 최소 7천개에요.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많은데,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지식과 업무수행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부족한 상황이죠. 이 부분을 대구외대가 뚫고 나갈 수 있다는 거예요. 실제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현지기업과 긴밀하게 소통해, 고용주가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파악했죠.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진행중이에요. 3년 내 해외취업율 1위 대학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 총장 취임 이후 대구외대의 또 다른 변화가 있었다. 바로 국내 외국인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학위과정이 개설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일종의 다문화정책’이라고 말한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한국에서 이민정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버렸다. 김 총장은 한국에 다문화가 고스란히 녹아들기 위해선 대학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도 장기적으론 미국처럼 다문화 사회가 될 것이라 봐요. 그런데 아직 정책손질이 안돼 있어요. 이러한 맥락에서 외국인근로자 학위과정을 개설을 한 것이죠. 국내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다들 기가 죽어있어요. 이들 중엔 학구열이 강하고 진취적인 인재들이 많거든요. 깨어있는 사람들이니까 우리나라로 온 것이겠죠. 이들의 체류비자 전환을 위해 법률자문도 해주고 있어요. 단순히 공부하고 끝이 아니라, 시민권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고 있어요.”
김수일 총장과 인도네시아와의 인연은 특별하다. 수하르토 대통령과 유도요노 대통령에게 2차례에 걸쳐 훈장을 받은 만큼, 김 총장은 오랜 세월 인도네시아 정부의 굳건한 신뢰를 받은 유일한 한국인이다. 한국에 돌아온 뒤 그는 자신의 사재를 투자해 2012년 부산에 ‘인도네시아 센터’를 세웠다. 인도네시아 관광청과 영사관이 들어선 이 곳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오작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엔 수카르토 초대 대통령의 딸이자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기도 한 메가와티가 인도네시아 센터를 방문했다.
“양국간 친선과 교류의 장을 만들고 싶었어요. 관광부터 사업정보까지 인도네시아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하는 곳 말이죠.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에요. 최근 메가와티 전 대통령이 우리 센터를 방문하시고는, 감탄하시며 ‘고맙다’고 눈물을 흘리셨죠. 인도네시아에서 더 나아가 세종시에 ‘아세안 센터’를 건립할 계획이에요. 동남아를 몸과 머리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죠. 아세안 각국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도록 전시공간을 꾸미고 예술·공연 공간도 마련할 예정이에요. 인도네시아 센터의 ‘아세안판’이죠. 현재 세종시와 협의중이고 금년에 MOU를 체결해서 2018년 개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아세안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한국엔 없는 자원과 노동력이 아세안에 있다. 김 총장은 한국이 아직까진 아세안의 가능성을 100%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동남아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미중일 전문가는 넘쳐나지만 ‘동남아 전문가’는 부족해요. 제가 동남아 전문가를 육성하고자 하는 이유에요. 솔직히 대구외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원대한 꿈을 품고 온다기 보다는 의기소침해서 와요. 하지만 졸업할 땐 명문대 학생보다 더 당당하게 자신감과 경쟁력을 갖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에요. 학생들에게 항상 ‘나를 믿고 따라와달라’고 말해요. 실제로 과거 수많은 제자들이 동남아 진출 기업의 요직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지금 학생들도 고맙게도 잘 따라와 주고 있어요. 동남아로 뻗어나갈 대구외대를 기대해주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