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호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인성 갖춘 글로벌 인재양성 목표…학생 3분의1 장학금 혜택도”
아시아 시대, 대학의 길을 묻다 ②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한국뉴욕주립대(The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Korea, SUNY Korea)엔 ‘대통령’을 꿈꾸는 학생들이 있다. 초등학생도 공무원이 장래희망이라 하는 요즘 시대에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뉴욕주립대에선 조금 다르다. 한국뉴욕주립대에 입학한 모든 학생들은 개강 전 전교생 앞에서 ‘꿈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IT사업가, 빈민들을 위한 교육가, 대통령 등 다양한 ‘꿈’들이 매년 쏟아진다. 4년 동안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다. 일반대학에선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을 보니 한국뉴욕주립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기자가 김춘호 한국뉴욕주립대 총장(대한적십자사 부총재)에 인터뷰를 요청하게 된 계기였다. 김 총장과 한국뉴욕주립대와 인연은 오명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 제안했던 몇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엔 총장직을 정중히 거절했어요. 그런데 문득 ‘이 학교에서 참교육을 위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할 일은 두 가지예요. 첫째는 품격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죠. 요즘 아이들은 매우 이기적이에요. 이타적인 학생을 찾기 힘들어요. 인성교육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품격있는 글로벌 인재를 만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둘째는 개발도상국 학생들을 키워서 고국으로 돌려보내는 거예요. 한국은 ‘원조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성장한 세계유일한 나라죠. 개도국들도 한국을 배우길 원해요. 개도국 학생들을 훌륭한 인재로 성장시켜서 고국에서 장관, 대통령으로서 좋은 리더가 되도록 하는 것이죠. 이는 장래 대한민국에도 큰 힘이 될겁니다.”
김 총장이 학부모들에게 매번 하는 말이 있다. “‘내 자식만 잘 먹고 잘 살자’ 하는 부모님들은 나가셔도 좋습니다.” 김 총장이 생각하는 인재상은 ‘베풀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 만들어진 교육과정이 바로 ‘인성교육’이다. 새내기들은 입학직후 1년 동안 자신의 비전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2학년이 된 후엔 미국 뉴욕 본교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자신의 진로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탐구한다.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학생에게 ‘왜?’냐고 물어보면 답이 없어요. 이런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그래서 뉴욕에 가기 전 새내기들한테 자신의 비전을 생각해보도록 교육하고 있어요. 3학년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기업가 정신 교육’도 마찬가지에요. 진정한 기업가 정신은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거든요. 월급쟁이라도 조직 안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교육시키죠. 4학년 때는 멘토가 붙어서 학생들을 이끕니다. 이렇게 교육받은 아이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인재를 키웠지’란 말을 듣게 하는 것이 제 목표에요. 사실 우리 학교에 가정문제 등으로 마음의 상처가 있는 학생들이 있어요. 전 교직원들한테도 이런 아이들한테 더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말해요. 사실 잘하는 아이들은 걱정이 안돼요. 우리가 챙겨주지 않아도 똑똑하게 잘 하니까. 정말 우리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관심을 줘야죠.”
한국뉴욕주립대의 선발기준은 보통의 국내 대학들과는 조금 다르다. 수능을 잘 못 보더라도 특별한 재능과 잠재력을 갖고 있는 학생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한다. GPA 및 영어성적(토플·아이엘츠 등)과 면접전형을 통해 학생을 뽑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해외학생의 경우 빈곤국 학생들, 그리고 고려인, 조선족과 같은 한민족 동포들을 주로 선발한다.
“우리 학교엔 고2때 KBS 9시뉴스에도 출연한 학생이 있어요. 이 학생의 아이디어에서 힌트를 얻은 미국 MIT교수가 제품을 개발했죠. 그런데 이 친구는 흔히 말하는 SKY 대학을 못가요. 수학, 과학은 잘하는데 사회, 국어를 못하는 거예요. SKY 갈만한 수능성적이 안 되는 것이죠. 우리는 이런 친구들을 뽑아요. 성적 자체보다는 학생들의 잠재력까지 더 넓은 범위에서 보는 거죠. 해외학생은 조금 달라요. 방글라데시, 브루키나 파소, 케냐 등과 같은 개발도상국 대사관에 실력있는 학생을 보내달라고 요청하죠. 개도국 학생들 덕분에 우리 학교가 이룬 일들이 많아요.”
한국뉴욕주립대는 최근 한 학생의 발표를 계기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빈곤국을 돕기도 했다. 아프리카 최빈국이라 꼽히는 부르키나 파소에서 온 학생이 꿈 프레젠테이션에서 “국민 70%가 전기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김 총장의 마음을 울린 것이다. 이에 김총장은 한전을 설득해 부르키나 파소에 태양력 발전소와 전기기술자 양성 센터를 만들었다. 대지진 이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네팔에 학교도 지을 예정이다.
“부르키나 파소 학생의 발표를 듣고 한전을 설득했어요. 함께 이 나라를 도와보자고요. 이곳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기술자를 양성할 수 있는 곳도 만들었죠. 최근엔 네팔에 학교를 지어주기로 했어요. 재정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우리 학교에서 이런 일들을 추진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공적인 가치’를 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우리는 이런 프로젝트가 있을 때 학생들을 꼭 참여하게 해요. 이런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많거든요.”
한국뉴욕주립대는 처음 출범했을 당시 행간의 싸늘한 시선을 받으며 어려운 시기도 겪었다. 국내 진출한 첫 미국대학인데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소위 ‘부잣집 자녀’만 가는 대학이란 오해도 받았다. 하지만 외부의 추측과는 다르게, 기자가 본 모습으로는 대학 구성원들 사이의 끈끈한 정(情)이 느껴졌다. 한국뉴욕주립대는 총장은 물론, 교직원들과 학생들 간 관계가 매우 돈독한 편이다. 김 총장은 최근 학생들 때문에 감동의 눈물을 흘린 사연을 들려줬다.
“우리학교의 모든 해외학생들이 총장 부부와 교직원들을 불러 잔치를 해줬어요. 학생들이 자기 나라 전통음식을 직접 요리해서 준 것이죠. 소스나 향신료를 서울에서 못 구하니까 전국 팔도를 뒤져 공수해서 만든 요리였어요. 또 학생들이 연주를 해준다고 기타, 피아노를 쳐주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마음이 따뜻해지고 보람차더라고요. 사실 학부모들의 응원도 많아요. 개교 초기 부정적인 기사가 보도되면 학부모들이 직접 전화하셔서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으셨어요. 정말 감사하죠.”
한국뉴욕주립대는 꾸준히 내실을 채워나갈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2016년 봄 학기부터 응용수학통계학과, 경영학과가 신설되고, 2017년엔 세계적인 패션스쿨 FIT(뉴욕패션기술대)의 디자인과도 들어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등록금이 비싸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자신있게 말했다.
“이곳은 해외분교가 아니라 ‘확장 캠퍼스’(extended campus)에요. 등록금의 경우, 장학금 받으면 돼요. 학생 3분의1이 장학금을 받고 있어요. 우리 학교에선 돈없어서 공부 못한다는 것은 핑계입니다. 전세계 대학이 모두 학점 잘 받아서 좋은 직장가는 것에 집중하죠. 하지만 우리는 올바른 인성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대학교육 분야에서 벤치마킹할 대학을 꼽을 때, 하버드가 아닌 ‘한국뉴욕주립대’란 소리를 듣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다음은 위의 기사 중 일부를 영어로 옮긴 번역본입니다.
At The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SUNY Korea), there are students who dream of being the president. In this day and age, when even primary school students say being a civil servant is a dream, thinking of being the president sounds weird and funny. However, SUNY Korea sees it differently. All students at SUNY Korea should do a ‘dream presentation’ in front of all the students and professors. Every year, students show their diverse dreams of being an educator to the president. This is unusual as compared to other universities. Naturally, my curiosity brought me to conduct an interview with SUNY president Kim Choon-ho.
Kim says, “At first, I rejected this position politely proposed by Oh Myung, former Minister of Science and Technology. But it occurred to me that I would be able to create a new education system in this university. I have two roles. One is to train talented people. These days, most youngsters are very selfish. It is hard to find altruistic students. This is why I introduced the subject of ‘Humanism’ in the regular curriculum. Another role is to cultivate students from developing countries, and send them back to their countries. Many developing countries want to learn about how Korea surprisingly developed so fast, economic. We want them to be good national leaders in their countries. This would become Korea’s power.”
President Kim believes that the right people are students who can contribute to the society. All students in SUNY Korea should take ‘Humanism’ classes mandatorily. Freshmen have time for thinking of their vision for one year. In the second year, they move to New York, and have diverse cultural experiences in the city.
President Kim says, “There was a student who dreamed of becoming a lawyer. I asked him ‘why?’, but he could not answer. I feel sad whenever I meet this kind of students. Thus, I always emphasize about having a vision to my students. The enrepreneurial spirit class that the third year students attend is also in the same context. We educate students that all leaders should bring new vision and value to society. Salary men are also same. They also should find their value in their organization. Actually, in our university, there are many students who have left deep scars in mind. I always demand my staff to take care of them more than other students, because excellent students can do well themselves. This is our vision of the university.”
Admission standard of SUNY Korea seemed different from other common universities. Although the score of the College Scholastic Ability Test is not good, they welcome students who show excellent talent and potential. For international students, SUNY Korea selects mainly Korean diaspora such as Koryoin or Joseonjok, and students from poor countries. One of students was once broadcasted in KBS news at the age of 17, because his idea was credited by a renown professor of MIT. Despite his genius, he could not go to Seoul National University, because of his low score in humanities subject.
SUNY Korea has helped poor countries in desperate need such as Burkina Faso or Nepal, building schools for local students and solar power plant. President Kim says, “The reason why we succeeded in this project is because we put ‘social value’ as our priority”. He encourages students to participate in such projects so that students can learn something from them.
SUNY Korea suffered from cynical views at the beginning. Because of expensive tuition fee, some misunderstood them as a university that only the rich can afford. However, what I saw at SUNY Korea was affection among students and the staff. President Kim said, “All overseas students cooked their own traditional foods for me, my wife, and the staff. Some students performed a small concert for us, playing a guitar and piano. It brought me to tears. This was the happiest moment for me and my staff. Actually, many school parents gave us a lot of support. Whenever negative reports were released, some parents sent us messages of support.”
SUNY Korea is not a branch school, but the extended campus of SUNY in New York City. It means that the degree that students would receive is the same as SUNY in the US. SUNY Korea plans to introduces more courses such as management and statistics in 2016. Also, FIT, which is the world’s best fashion school, is going to open in Song-do campus in 2017.
Kim says, “Around 33% of students are getting scholarships from the university. ‘Expensive tuition fee’ is not a problem to not study in SUNY Korea. Most universities focus only on students getting better jobs after graduation. However, our aim is to train talented students who can contribute to society with the right attitu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