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소설 ‘갤리온 무역’⑫] 해적질 도와 온갖 악행 ‘교황청 신부’, “모두 하나님 뜻일 뿐이오!”

<3부> 리카르도와 애드문 2

[아시아엔=문종구 <필리핀 바로알기> 저자]? 해적들이 포의 거리를 재조정하는 사이에 리카르도 선장은 노잡이들에게 전 속력으로 해적선에 접근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포수들에게는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 포신에 불을 붙이지 말라고 명령했다. 엔젤호의 노잡이들이 우렁차게 구호를 외치며 노를 저었다. 엔젤호가 해적선과 200여 미터까지 접근하자 또 다시 해적선의 포에서 불길과 함께 연기가 솟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너무 길어 포탄들이 엔젤호의 갑판을 아슬아슬하게 넘어 바다에 떨어졌다. 그 사이에도 노잡이들은 전력을 다해 엔젤호를 해적선 가까이 몰아갔다. 순식간에 해적선과의 거리가 150여 미터에 다다르자 리카르도 선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발포!”

“해적선의 포신만 집중 포격하라!”

엔젤호의 좌현에 있는 8개 포신으로부터 붉은 불꽃이 뿜어져 나왔고 대포알들은 일제히 해적선을 향해 날아갔다. 연이어 발사된 대포알들도 해적선의 포신에 정확히 명중되어 단숨에 우현 쪽 12개의 포신 모두가 박살났다. 그리고 포신 주위에 있던 해적들 24명이 즉사하거나 중상을 입었다.

해적선의 우현이 엔젤호의 공격을 받아 중심을 잃고 좌측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좌현 쪽 포신은 더 이상 에릭손 선장의 브릭호를 조준하여 공격할 수 없게 되었다. 그제야 브릭호도 방향을 선회하여 해적선에 접근을 시도했다.

엔젤호는 해적선과 50여 미터로 접근하면서 해적선의 중앙 갑판에 6발의 포탄을 추가로 날림으로써 해적선의 중앙 돛대를 파괴하였고 갑판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던 해적들 12명까지 덤으로 살상했다.

오전 11시경, 서서히 거칠어지고 있는 파도 속에서 해적선과 엔젤호가 서로 맞부딪쳤다. 해적선을 연결하기 위한 쇠갈고리들이 하늘을 날았고 엔젤호의 선원들이 일제히 총과 칼을 빼들고 함성을 지르며 해적선의 갑판으로 뛰어 올랐다. 해적들과 난투극을 벌이는 중에 무장한 브릭호의 선원들도 해적선에 올라탔다. 이제 해적들과 상선 선원들의 숫자가 엇비슷해졌으나 공격을 하는 것에만 익숙해 있던 해적들은 자신들의 배에 뛰어 올라온 상선 선원들에게 공격을 당하자 기가 질렸고 혼란에 빠져 버렸다. 이들이 내지르는 전투의 비명 소리와 칼들이 부딪치는 소리, 총소리가 요란하게 뒤엉켰다.

한 시간 가량 지나자 전세는 급속하게 해적들에게 불리하게 전개되었다. 특히 리카르도 선장이 지나가는 곳마다 해적들은 피를 흘리며 갑판위에 쓰러졌고, 부상당하거나 절망한 해적들은 상어가 우글거리는 바다로 뛰어 들었다.

오후 1시경, 해적선 갑판에서의 치열한 전투 끝에 해적들이 항복함으로써 7시간에 걸친 추격과 전투가 막을 내렸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조선이라는 나라의 노량진 해역에서 이순신 장군이 일본 함선 500여척을 상대로 8시간에 걸친 전투와 추격에서 승리하고 장렬하게 전사한 날이기도 했다.

생포한 해적선 선장과 선원들을 조사해 보니 그들은 모두 해적 왕으로 이름을 날렸던 드레이크 선장의 졸개들로 밝혀졌다. 해적선 안에서 생포된 사람들 중에는 교황청 소속 신부 한명과 여자 두명도 있었다. 신부는 숨어서 전투를 지켜보다가 전세가 불리해지자 급히 신부복을 차려입고 있다가 엔젤호의 선원들에게 붙잡혀 끌려나왔다.

리카르도 선장의 심문에 신부의 죄상이 낱낱이 드러났다. 해적질이 성공할 때마다 해적들의 전리품 중 10분의 1을 십일조라는 명목으로 받아내어 해적선 안에 별도로 마련된 조그마한 예배소 안에 쌓아두고 있었다. 그리고 납치한 여인들을 그 안에 감금해 두고 해적들과 함께 성노예로 삼으며 공유하고 있었다.

그는 해적들의 장난기 섞인 회개를 받아들이고 그들의 흉악한 죄를 신의 이름으로 용서해주곤 하여 해적들의 죄책감을 없애주었다. 예배시간 말미에는 항상 해적들과 해적선에 축복까지 내려주어서 앞으로 있을 해적질의 성공과 해적선의 무사항해를 기도해주었다. 그것도 신의 이름으로 축복하고 보장한다고 했다! 그래서 해적들은 나중에 회개하고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과 신의 축복을 받았다는 믿음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을 마음껏 공격하고 약탈하는 등 온갖 잔학한 행위들을 일삼으면서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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