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소설 ‘갤리온 무역’ ⑪] 엔젤호 리카르도 선장, 북유럽 바이킹·드레이크 해적대 토벌 나서

<3부> 리카르도와 애드문 1

[아시아엔=문종구 <필리핀 바로알기> 저자] 1598년 12월 16일. 리카르도가 소유하고 운항하던 상선 엔젤호는 커피와 후추를 가득 싣고 지중해 입구인 지브롤터 해협 인근에 이르렀다. 그때 마침 에릭손 선장의 지휘를 받고 있는 브릭호는 리스본항을 출항하여 지중해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제 막 태양이 떠오른 그 날의 날씨는 새하얀 뭉게구름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을 뿐 청명했고 바다도 잔물결만 일고 있어 잔잔한 상태였다. 유람하기에 적당한 바다였다. 오전 6시경, 리카르도 선장의 육안에 해적 깃발을 펄럭이는 한 척의 배가 들어왔다. 그는 즉시 배의 침로를 바꿔 해적선을 뒤쫓았다. 해류海流와 해풍海風은 순방향이었다. 해적선과의 거리가 좀 더 가까워지니 해적선보다 앞서서 항해하고 있는 상선 한 척을 공격하기 위해 뒤쫓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평소 리카르도는 북유럽의 바이킹족뿐만 아니라 영국 왕실의 지원을 받은 드레이크 선장과 같은 해적들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드레이크는 2년 전인 1596년 초에 서인도제도를 원정하다 열병에 걸려 죽었지만 그의 졸개들과 그를 흉내 내는 해적들은 여러 해역에 흩어져서 활동하고 있었다. 특히 캐리비안 해역과 지브롤터 해역 입구에서의 노략질이 가장 심했다. 그래서 리카르도는 그들과 대적하기 위해 휘하 선원들을 수시로 훈련시켜 언제라도 전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었다.

해적선이 브릭호의 우현 쪽으로 거리를 좁혀가며 좌현에서 포를 쏘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리카르도 선장의 엔젤 호가 앞쪽 돛대에는 스페인 국왕기를, 뒤쪽 돛대에는 붉은 깃발을 달았다. 돛대에 붉은 깃발을 올렸다는 것은 한 놈의 해적도 살려두지 않겠다는 표시였다. 해적 따위에게 자비심을 두지 않겠다는 리카르도 선장과 엔젤호 선원들의 결의를 나타내었다.

느닷없는 엔젤호의 용감무쌍한 등장에 해적들의 피가 얼어붙었다. 그들은 당황하며 부랴부랴 포수들을 양쪽으로 나누었다. 해적들은 상선에 올라가 보물들과 화물들을 약탈하려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포를 쏘아 상선에 불을 지르거나 침몰시키지 않는다. 다만 상선에 비치되어 있는 포문을 손상시킬 목적과 상선에 승선하고 있는 선원들을 겁주기 위해 포를 쏘곤 했다.

에릭손 선장의 400톤급 브릭호에는 좌우에 각각 6문의 포가 배치되어 있었고, 리카르도 선장의 600톤급 엔젤호에는 좌우에 각각 8문의 포가 배치되어 있었다. 그에 비해 400톤급의 해적선에는 좌우에 각각 12문의 포가 장착되어 있었다.

브릭호는 해적선과 멀리 떨어져 달아나려 애를 쓰고 있었고, 엔젤호는 오히려 해적선을 뒤쫓아 가고 있었기 때문에 해적선과 조우한 지 세 시간 후인 오전 9시경에는 에릭손 선장의 브릭호 우측 뒤 약 400미터 거리에 해적선이 따르고, 해적선의 우측 뒤 약 300미터 거리에 리카르도 선장의 엔젤호가 따르는 형국이 되었다.

해적선 선장은 엔젤호의 대담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속도를 늦추어 엔젤호를 먼저 공격하기로 전투계획을 바꿨다. 리카르도 선장은 해적선의 속도가 느려지자 그 의도를 간파하고 즉시 방향 조정용 삼각돛 두개만을 남겨둔 채 모든 돛을 내리고 전 선원들을 전투형으로 배치했다.

오전 10시경, 해적선과 엔젤호의 거리가 300미터 정도로 가까워지자 해적선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엔젤호에 도달하기에는 거리가 짧아 포탄들은 바다에 떨어져 커다란 물기둥을 만들며 엔젤호를 바닷물로 흠뻑 적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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