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왕지스 중국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장 “AIIB-TTP, 서로 협력할 수 있다”

IMG_9363
왕지스(왼쪽) 중국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장이 국립외교원 주최 ‘광복 70주년 한국외교의 길을 묻다’ 학술회의에서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오른쪽)와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국립외교원>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서 미국은 아웃사이더’(outsider)지 당사국이 아니다. 우리는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군사적으로) 세력을 확장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것이 중국이 미국을 불신하는 이유다.”

왕지스 중국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장은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외교통’이다. 그는 후진타오 전 주석의 외교 자문위원을 맡으며 오늘날 중국 외교정책에 큰 영향을 주었다.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석학’ 왕지스 원장은 2012년엔 미국 유력외교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가 선정한 ‘Top 100 Global Thinker’에 이름을 올렸으며, 세계 유력언론들에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그가 최근 국립외교원이 주최한 포럼 ‘광복 70주년 한국외교가 가야할 길’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포럼에서 왕지스 원장은 미국 주도 ‘메가 FTA’인 TPP가 최종타결한 것에 대해 “미국은 TPP를 통해 게임을 하려고 하지만, 중국은 TPP와 겨룰 생각이 없다”며 “중국은 미래에 미국 주도의 TPP와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중관계에 대해선 “현재 미중 양국관계가 ‘뉴 노멀’(new normal) 상태에 들어갔다고 본다”며 “양국은 때론 협력하고, 때론 경쟁하며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엔>은 왕 원장을 만나 애증의 중미관계, 시진핑 중국 주석의 대내외 정책, 그리고 6자회담 등에 대한 그의 소견을 들었다.

DSC_7628
왕지스 중국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장<사진=국립외교원>

미국과 중국이 불신’(distrust)하고 있다고 자주 언급했던 것으로 안다. 양국간 불신이 더

욱 깊어지고 있다고 보는가? 또한 양국 불신의 뿌리는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미국과 중국이 불신하고 있다’는 증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고는 한다. 증거를 콕 집어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랫동안 중미관계를 관찰하고 추론한 결과, 양국의 정치적 신뢰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본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중국은 껄끄러운 관계였다. 미국은 장제스의 국민당을 지지했으며,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중국 동북부 지역을 노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물론 미국과 중국이 수교를 시작하면서 양국관계는 발전한 듯했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이 손을 잡은 이유는 중국이 소련처럼 붕괴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1989년 ‘천안문사태’가 양국 불신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당시 중국은 미국이 자국 정치에 개입해 중국 정부의 권위를 대내외적으로 약화시킬까 근심했다. 중국 당국은 미국이 ‘공산당의 적’을 지지하는 걸 두려워하며, 이는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물론 미국의 입장도 있다. 현재 중국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신흥경제대국으로 떠오르며 AIIB와 같은 국제기구도 설립했다. 정치적으론 남중국해 문제도 걸려있으며, 중국은 대만과 다시 합병해 ‘하나의 중국’을 이룩하길 원한다. 이같은 상황이 미국으로선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대외정책을 통해 민족주의를 자극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좋은 질문이지만 답하기 곤란한 질문이기도 하다. 오늘날 중국엔 내부적으로 상당히 많은 변수가 잠재해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내부를 강력히 통제하는 한편,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외교정책을 이용해 자국민들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고, 민족주의와 애국심을 자극시킨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정치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AIIB를 출범시켰다. 어떤 이들은 AIIBTPP와 부딪힐 거라 전망하기도 한다.

중국은 미국과 일본의 AIIB가입을 환영한다. AIIB는 아시아 개도국 발전을 위해 출범한 국제금융기구다. 혹자는 ‘AIIB 출범이 군사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 질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AIIB의 주요 관점은 바로 ‘경제활성화’와 ‘투자’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미국과 일본이 AIIB에 가입한다면 국제금융기구로서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AIIB는 중국의 국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미국 주도의 TPP가 미국 국익만을 위한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AIIB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중국은 왜 안되는가?’라고 반문하고 싶다.

나는 장기적으로 중국이 TPP에 가입하길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 비용과 장벽이 높다. TPP는 자유무역협정이고, AIIB는 국제금융기구다. 약간은 영역이 다르다. 그만큼 서로 협력할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전통적인 동반자 관계였던 영국이 AIIB에 가입했다. 미국이 불쾌해 하진 않겠는가?

영국은 매우 영리하다. 중국의 힘과 급부상한 위상을 잘 이해하고 있다. 영국은 중국과의 경협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갈 것이다. ‘미국이 이를 반길 것인가’에 대한 질문엔 글쎄,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영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려하진 않을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여전히 굳건한 동맹국이며, 문화적 동질성도 있다.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주도의 ‘6자회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북한에 한번 가본 적이 있다. 그 곳에서 북한 사람들의 열정을 목격했다. 이들은 국가에 대한 자부심도 갖고 있다. 하지만 중앙아시아 국가들,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의 폐쇄적인 독재국가들도 국제무대로 나와 경제협력 등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것이 나의 답이다. 북한이 바깥세상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협력해야한다. 오늘날 북한은 과거에 비해 바깥세상으로 나올 의지가 더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한과의 협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 아쉽다. 좀 더 ‘오픈 마인드’를 갖고 북한을 바라봐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 상황이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후 중국의 군사력이 더욱 강해지고, 북한 내부에 ‘어떤 사건’이 발생한다면, 아마 한국 또한 외교 전략을 바꿀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때 6자회담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포럼과 인터뷰를 통해 왕 원장은 북한 비핵화 방안은 ‘대화’임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 “북한은 미국과 중국 간 ‘쿠션’역할을 하고 있다”며 “북한을 일방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한의 평화적인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선, 6개국이 서로 대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왕 원장은 이를 위해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더욱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