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채수일 한신대총장 ‘사랑이란?’①] ‘에로스’의 두 모습 ‘판데모스’와 ‘우라니오스’

채수일(63) 한신대 총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신학자이자 목회자다. 2009년 9월부터 만 6년간 한신대 5, 6대 총장을 맡고 있으며, 12월부터 경동교회 당회장으로 취임한다. 채수일 총장은 △독일 뷔르템베르크주교회 선교사(1982~88년) △함부르크대 선교아카데미연구실 실장(1988~91년)를 거쳐 1997년부터 한신대 신학과 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한국기독교학회 회장과 한국선교신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채수일 총장이 지난 10월15일 박재갑 국립암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가 운영하는 종교발전포럼에서 ‘사랑에 대하여’를 주제로 강연했다. <아시아엔>은 채 총장 강연을 세 차례에 나눠 싣는다.-편집자

[아시아엔=채수일 한신대 총장] 사랑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아마도 인간이 역사상 제기한 질문 가운데 가장 오래 되었고, 또 그에 대한 가장 많은 답이 있는 질문일 것이다. 사랑이 무엇인지 누구나 경험으로 알고 있고, 사람 수만큼의 답이 있다. 그러나 정작 사랑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물으면,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그래서 <사랑의 역사>라는 방대한 책을 쓴 쥘리아 크리스테바는 “우리가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무엇에 대해 말하는가? 사랑의 시련은 언어의 시련이다”라고 말했는지 모른다.

사랑에 관한 최초의 문헌은 기원전 8세기 그리스의 서사시인 헤시오도스(Hesiodos)가 쓴 <신의 계보>(Theogonia: <신통기>로도 번역)로 알려져 있다. 태초에 ‘카오스’(혼돈)라는 신이 탄생하고, 그와 함께 대지의 신인 ‘가이아’, 사랑의 신 ‘에로스’(Eros)가 등장했다고 한다. 오르페우스(Orpheus)는 에로스를 “가장 오래되고 그 자체로 완전하고 현명한 신”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에로스 신은 두 명인데, 하나는 이른바 ‘범속(판데모스)의 에로스’이고, 다른 한 신은 ‘천상(우라니오스)의 에로스’라고 불린다. 범속의 에로스는 ‘소년을 사랑하는 것 못지않게 여인들을 사랑하고, 또한 자기들이 사랑하는 자들의 영혼보다 오히려 몸을 더 사랑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천상의 에로스는 ‘우선 여성을 나눠 갖지 않고 남성만 나눠 갖고 있는’ 사랑, 다시 말해 소년들에 대한 사랑을 의미한다. 천상의 에로스에 영감을 받은 자들은 본성상 더 건장하고 지성을 더 많이 가진 것을 소중히 여겨 남성에게로 향하는 사랑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에로스는 몸보다 영혼을 사랑하는 것, 남자와 여자의 성애보다는 어른 남자와 소년 사이의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에로스가 이분법적으로 이해된 것은 인간관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그리스 사람들은 본래 인간들의 성(性)이 셋이었다고 생각한다. 남성과 여성, 그리고 이 둘을 함께 가진 셋째 성인데, 이 셋째 성은 이름만 남아있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인간의 형태도 ‘등과 옆구리가 둥글어 전체가 구형이었고, 네 개의 팔과 같은 수의 다리, 원통형의 목 위에 비슷한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서로 반대의 방향을 향해 있는 두 얼굴 위에 한 개의 머리, 그리도 네 개의 귀, 두 개의 치부’를 가지고 있었는데, 엄청난 힘을 가진 인간이 신들을 공격하겠다고 하늘로 올라가려 시도하자 제우스가 이들을 각각 둘로 잘랐다는 것이다.

그 후 본성이 둘로 잘렸기 때문에 인간은 각각의 반쪽을 그리워하면서 줄곧 만나려 들었다는 것이다. 이 반쪽의 표징을 ‘쉼볼론’(symbolon)이라고 하는데, 이는 신분 확인을 위해 물건을 둘로 나눈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사랑은 ‘결핍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고, 자신의 결핍을 타자를 통해 충족시키는 것을 지향한다. 에로스의 화살에 반쪽으로 잘린 ‘하트’ 이야기라든지, ‘신데렐라 공주와 유리 구두’ 이야기가 사랑의 한 모습을 여전히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종교들은 사랑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나는 그리스도교 신학자이고 또 이웃 종교들이 사랑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리스도교가 이해하는 사랑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겠다. 그리스도교가 이해하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글은 사도 바울이 고린도교회에 보낸 첫 번째 편지다. 고린도 전서(고전)는 주후 53년 말 혹은 54년 초에 쓴 편지로 알려져 있다. 고린도 전서 13장, ‘사랑의 노래’는 다양한 성령의 은사를 언급하는 12장에 이어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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