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러기 가정’ 심각, 농촌에 홀로 남겨진 어린이 6천만 넘어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중국 여성 A씨는 몇 년 전 산골에 사는 남성과 결혼했다. A씨는 자식의 미래를 위해 1천마일 떨어진 대도시로 떠나기로 했다. 마음 같아서는 딸아이와 함께 떠나고 싶지만 이주제한정책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중국에서 이 아이들은 ‘경제성장의 그림자’ 혹은 ‘기러기 아이들’(left-behind children)라 불린다. 이들은 부모의 보살핌 없이 자라 감정적·사회적으로 성장이?더디며 학업성취도 역시 낮다. 중국자선단체 ‘그로잉 홈’(Growing Home)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기러기 아이들은 또래보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며 쉽게 우울감을 느낀다”고 발표했다.
맞벌이 가정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라 치부할 수 있지만 ‘대륙의 사례’는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중국의 6천1백만 농촌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진 채 지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심화된 것은 중국 당국의 이주제한정책인 ‘후커우 제도’ 탓이다. ‘후커우’란 신분과 거주지를 증명하기 위한 제도로,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비슷하다. 단, 중국인들은 출생하면서 부모의 후커우를 물려받게 되는데, 변경의 거의 불가능하다. 대도시로 인구가 몰릴 경우를 대비해 중국 정부가 후커우 변경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기러기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이주할 수 있도록 후커우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높아지는 중국 국민들의 불만에 중국 당국은 최근 ‘기러기 아이들’을 위해 ‘아동복지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수혜자는 2만5천명에 불과하다.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틈새를 타, 농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사건도 늘어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주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에서 업무시간 동안 아이들이 부모에게 전화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며 “기러기 아이들을 위해 당국의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