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이란 핵협상’서 ‘앙숙’ 미국 손 들어준 이유는?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지난 14일(현지시간) 타결된 ‘이란 핵협상’에서 러시아는 이례적으로 미국에게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조차 놀라게 했다. 이러한 러시아의 전향적 태도엔 “‘중국’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브루킹스)는 “러시아의 태도변화 원인은 ‘중국’”이라며 “이번 핵협상으로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이란 핵협상 타결을 위해선 러시아의 지지가 ‘필수’였다. 하지만?‘냉전 이래 최악’이라 평가받는 최근 미-러관계로 인해 ‘러시아의 협조를 이끌어 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라는 국제사회의 우려도 높았다.
하지만 협상 막판, 러시아는 우호적 태도를 보이며 이란 핵협상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핵협상 타결 다음날인 지난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란 핵 합의가 국제사회 이익에 부합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 이득 없음에도 왜?
브루킹스는 “이번 핵협상에서 러시아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거의 없다”고 분석한다.
이란 핵협상에서 러시아의 최대 관심사는 이란 핵이 아닌, ‘에너지 가격’이다. 이란 핵협상이후 이란은 원유 수출을 2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란 원유의 빗장이 풀리면 국제 유가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한다.
브루킹스는 “최근 유가 폭락으로 큰 타격을 받은 러시아에게 새로운 경쟁자가 생기는 것은 이득이 되지 않는다”라며 “군수무기의 경우에도, 러시아가 이란에게 로비를 한다해도 대 이란 군수무기 수출을 빠르게 확장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에게 ‘이란 핵협상’은 황금같은 기회다. 중국은 이란의 천연가스 및 석유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는 ‘에너지 의존’ 성향이 강한 중국경제에 큰 이득을 가져올 수 있다. 러시아는 중국의 이러한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브루킹스연구소는 “러시아는 서방국 사이에서 고립돼 중국경제에 의존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이란 핵 협상에 협조할 수 있도록 중국이 설득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브루킹스는 “이란 핵협상은 러시아의 외교·경제구조적 취약점을 드러낸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