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펜타포트·안산M밸리, 락·EDM 넘나드는 ‘한여름밤의 꿈’

음악페스티벌 전성기…상상조차 힘든 뮤지션 한자리에서 만난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토요일, 한 인디밴드가 소규모 야외공연장에서 관객과 호흡하고 있다. 이들은 ‘왜 인디씬이 이들을 주목해야 하는지’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장소를 바꿔 넓은 광장, 이곳에선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를 수상한 재즈 뮤지션이 그의 밴드와 함께 먼저 간 동료뮤지션을 추모하고 있다. 해가 지기 시작한 저녁, 야외에선 감미로운 노랫말과 피아노 소리가 시원한 밤바람을 타고 들려온다. 늦은 밤의 실내공연장. 신나는 일렉트로닉 비트와 함께 울려퍼지는 관객의 환호성은 이날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2015 서울재즈페스티벌의 풍경이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서울재즈페스티벌은 매년 5월 음악팬을 만족시켜왔다. 서울재즈페스티벌은 ‘재즈’라는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일렉트로닉, 록, 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의 국내외 뮤지션을 초청해왔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헤드라이너급 뮤지션을 비롯해 국내에서 인지도는 낮으나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실력파 뮤지션들을 초청해 대중과 매니아의 고른 지지를 받아왔다.

전세계 유명뮤지션들을 헤드라이너로 라인업을 구성하는 한국의 음악페스티벌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올해는 인천 펜타포트(Pentaport) 락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과 안산M밸리 록페스티벌(이하 안산M밸리)이 여름밤을 수놓는다. 올 여름엔 어떤 뮤지션들이 내한해 팬들을 즐겁게 할까?

1999년 여름 열린 트라이포트(Tri-port) 락페스티벌을 모태로 펜타포트는 2006년 여름, 스트록스(The Strokes), 플라시보(Placebo), 블랙아이드피스(Black Eyed Peas),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를 헤드라이너로 한국 음악페스티벌의 역사를 개척해나갔다. 당시만해도 이들을 한 무대에서 보기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거물급 뮤지션이였다. 이를 바탕으로 펜타포트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페스티벌로 자리매김했고,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했다.

펜타포트 10주년, 스콜피언스·서태지·프로디지가 장식
펜타포트 초기부터 꾸준히 현장을 찾은 락 애호가이자 ‘브릿팝(Brit Pop)의 전성기’를 이끈 트래비스(Travis) 한국 팬카페 운영진을 지낸 안병훈(서울·31세)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펜타포트로 2008년 트래비스의 무대를 꼽았다. “2008년 무더운 여름밤, 트래비스가 명곡 ‘와이 더즈 잇 올웨이즈 레인 온 미(Why does it always rain on me)’를 부르기 시작하자 거짓말처럼 하늘에서 비가 쏟아졌다. ‘왜 내게만 항상 비가 쏟아질까?’라는 가사처럼 말이다.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인디밴드 가십(Gossip)의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가십의 메인보컬 베스 디토(Beth Ditto)는 광란의 무대를 연출했고, 관객들도 무대 앞에서 몸을 부딪히며 춤을 추는 ‘모싱(moshing)’으로 화답했다”고 덧붙였다.

8월7일(금)부터 8월9일(일)까지 열리는 2015 펜타포트는 어떤 뮤지션들이 올까? 올해 펜타포트의 메인 헤드라이너는 스콜피언스(Scorpions), 서태지, 프로디지(The Prodigy)가 장식한다. 스콜피언스는 7080 올드팬들의 심금을 울렸던 밴드로, 이번 무대를 통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할 예정이다. 서태지는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 대중음악 대표 뮤지션이다. 프로디지는 전세계 일렉트로닉 뮤지션 중 가장 많은 1600만장의 음반판매기록을 보유한 베테랑 밴드다. 프로디지는 펜타포트의 모태가 된 트라이포트에서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폭우로 공연이 취소된 적이 있는, 펜타포트와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헤드라이너는 아니지만 영국 출신 밴드 쿡스(Kooks)도 과거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투박한 음악부터 ‘소녀들을 들뜨게 하는’ 음악들로 무대를 장식한다.

올해도 ‘어김없는’ 노엘 갤러거
펜타포트 독주에 제동을 건 음악페스티벌이 있었으니, 지산밸리 록페스티벌(현 안산M밸리.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은 2013년 안산M밸리와 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로 분리됐다)이다. 2009년 CJ E&M 음악사업부문이 야심차게 준비한 이 페스티벌은 위저(Weezer), 폴아웃보이(Fall out boy), 베이스먼트잭스(Basement Jaxx), 오아시스(Oasis), 스타세일러(Starsailor)의 라인업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안산M밸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2012년 라디오헤드(Radio Head)의 무대다. 국내팬들의 무수한 러브콜(?)을 외면해왔던 라디오헤드가 2012년 마침내 내한한 것이다.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보답하듯 라디오헤드는 최고의 무대를 선사했고, 지금도 회자되곤 한다. ‘브릿팝을 대표하는’ 오아시스(Oasis)의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도 빼놓을 수 없다. 2006년 2월 오아시스 단독공연을 시작으로 노엘 갤러거는 오아시스 해체 이후에도 하이 플라잉 버즈(High Flying Birds)를 결성해 단독공연, 페스티벌 등 수차례 한국을 찾은 단골이 됐다. 한국팬들의 열광적인 분위기에 반했기 때문이다. 노엘 갤러거와 그의 밴드는 올해도 안산M밸리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평소 거침없는 인터뷰로 유명한 그는 출연을 확정한 뒤, 한 인터뷰에서 거리낌 없는 입담을 과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영국의 젊은 락밴드 사이에서 선두주자로 꼽히는 악틱몽키즈(Arctic Monkeys)도 이 무대에서 국내관객에 선을 보인 적이 있다.

올해 안산M밸리(7월24일~26일)는 앞서 언급한 노엘 갤러거의 하이 플라잉 버즈, 푸 파이터스(Foo Fighters),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가 출연해 음악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콜드플레이(Cold Play)가 현존하는 영국 락밴드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낸다면, 너바나(Nirvana)의 드러머였던 데이브 그롤(Dave Grohl)이 1995년에 결성한 푸 파이터스도 미국에서 팬들과 평단의 지지를 고루 받는 ‘최고의 밴드’로 손꼽힌다. 콜드플레이 이전 세대인 노엘 갤러거가 이끄는 하이 플라잉 버즈와 푸 파이터스가 들려줄 무대는 벌써부터 락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영국의 베테랑 일렉트로닉밴드 케미컬 브라더스도 최근 국내에서 주류장르가 된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열풍을 타고 국내팬들과 조우할 준비를 마쳤다.

다양한 장르 페스티벌…팬들은 ‘행복한 고민’
지금은 ‘어떤 페스티벌에서 어떤 뮤지션을 볼까’ 고민하지만, 불과 10년전만 해도 음악페스티벌은 물론 해외뮤지션들의 내한도 극히 드물었다. 거물급 뮤지션을 1년에 한차례 보기도 힘들었고, 페스티벌처럼 한 무대에서 이들을 여럿 만나기란 더욱 어려웠다. 오죽하면 음악팬들 사이에선 ‘일본에서 열리는 섬머소닉(Summer Sonic)이나 후지록페스티벌(Fuji Rock Festival)이라도 가야하나’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펜타포트와 안산M밸리를 비롯, 다양한 장르를 커버하는 여러 페스티벌이 생겨나면서 팬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2013년 여름엔 펜타포트, 안산M밸리, 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Jisan World Rock Festival), 슈퍼소닉(Super Sonic), 시티브레이크(City Break) 등 5개의 축제가 열리며 절정을 맞이했다.

물론 페스티벌이 늘어나면서 기획사간 경쟁이 치열해진 측면도 있다. 한 기획사의 관계자는 “페스티벌이 많아지면서 섭외경쟁도 치열해졌다”고 했다. 그는 “출연 논의가 오갔던 뮤지션이 더 많은 공연료를 지불하는 타 페스티벌과 계약하는 경우가 발생했고, 자연스레 뮤지션들의 몸값도 올라갔다”며 “공연장 섭외로 기획사들간 알력다툼도 발생해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기획사들은 생존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작년 한반도를 비탄에 빠뜨렸던 세월호 사건도 공연업계에 악재였다. 결국 이런 악재들 속에서 살아남은 펜타포트와 안산M밸리만이 올여름 팬들을 맞이한다.

국내 음악페스티벌의 역사는 짧지만, 빠른 시간에 해외 유명 페스티벌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했다. 올여름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면, 음악과 함께 시원한 여름밤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혹시 아는가? 펜타포트와 안산M밸리가 ‘아시아의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 Festival)’로 자리매김할지? 현장에 있는 이들은 그 역사의 산증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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