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쿠데타 프라윳 총리 집권 1년···민정 이양 불투명·경제 침체
EU 미국?등 서방과 외교악화···중·러·아세안과 강화??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군부 쿠데타 발발 1주년을 맞은 태국은 민주주의 회복은 요원하고 경제침체에 외교관계 복원 등의 난제가 산적해 있다.
지난해 5월 쿠데타를 주도한 프라윳 찬-오차 총리는 당초 올해 10월 총선을 실시해 민간정부 체제로 이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달 27일 내년 9월로 연기하겠다고 정부대변인을 통해 발표했다.
더욱이 이달 들어 “국민이 원한다면 2년 더 집권하겠다”고 밝히고 나서 쿠데타 정국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 민정 이양 시기 불투명
프라윳 총리는 개헌이 지연될 것으로 보이자 개혁의 기초가 될 새 헌법이 마련될 때까지 집권을 연장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프라윳 총리는 헌법초안위원회(CDC)가 마련한 현재의 개헌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새 개헌안이 마련될 때까지 자신이 권좌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CDC가 마련한 개헌안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의원이 아닌 명망가 중에서 총리를 뽑을 수 있도록 하고, 상원의원들을 모두 임명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담고 있어 국민의 선거권, 정치 참여권을 축소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면 부결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개헌안이 부결되면 새 개헌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총선과 민정 이양 시기가 순차적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개헌안은 특히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세력과 정당들의 힘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마련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개헌안은 거대 정당 출현을 막고, 소규모 정당들이 연립정부를 구성하도록 유도해, 이 안이 확정되면 앞으로 태국이 정치불안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태국에서는 2000년 이후 총선 때마다 탁신 전 총리가 이끄는 정당들이 승리하자 군부, 왕실, 재벌 등 기득권 세력들은 친탁신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2006년 쿠데타에 이어 지난해에도 쿠데타를 유도했다는 얘기가 많다.
한편 지난해 5월20일 쿠데타 직전 선포됐던 계엄령은 지난 4월초 해제됐다. 프라윳 총리는 자신이 의장인 최고 군정기관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와 계엄령 또는 그 이상의 강력한 통제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특별조치인 임시헌법 44조를 통해 권한을 강화했다.
프라윳 총리는 국가안보를 위한 목적이라면 입법·행정·사법부를 초월해 어떠한 명령이라도 내릴 수 있다. 계엄령 아래에서는 안보 관련 권한이 군에 부여됐지만 새 조치로 프라윳 총리에게 절대적 권한이 집중됐다.
쿠데타 이후 지난해 상반기에 계속됐던 반정부 시위가 종식돼 정국이 상대적 안정을 찾긴 했으나 군정에 대한 불만은 수면 아래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군부를 중심으로 한 기득권 계층에 대한 불만 세력과 탁신 전 총리 지지 진영은 군정의 강압정치가 끝나면 다시 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 경제 회복 안갯 속 관광수입으로 버텨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 전 총리 정부를 몰아내기 위해 2013년 말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계속된 반정부 시위와 쿠데타로 타격을 받은 경제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태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0.7% 증가에 그쳐 반세기 만에 최대 홍수가 발생했던 2011년 이후 최악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군정은 지난해 3% 경제성장을 약속한 바 있다.
프라윳 총리가 이끄는 군정은 올해 4.5% 경제성장을 목표로 내세웠으나, 수출 둔화 등으로 올해 목표 성장률을 3.7%로 하향 조정했다. 내수, 관광 산업과 함께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은 2013년 -0.2%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0.3%에 그쳐 2년 연속 역성장했다.
반정부 시위와 정국 불안으로 외국인 관광객도 감소했다. 태국을 찾은 관광객은 2013년 2650만여명으로 최대를 기록했다가 지난해에는 2470만여명으로 줄었다. 태국에서 관광산업은 전체 경제에서 1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올 들어서도가계는 소비에 소극적이고, 기업은 생산과 투자를 감소시키고 있다. 정치 불안으로 주춤해진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의 대규모 지출을 약속했으나 절차상 문제 등으로 공공부문 투자도 지연되고 있다.
그나마 헤외관광객 올 들어 증가해 경제에 활로를 뚫고 있다. 지난 4월 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28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3% 급증했다. 이들이 뿌리고 간 돈은 1041억 바트(약 3조4천억원)로 작년 동기에 비해 21.9% 증가했다. 태국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는 7개월 연속 증가했다.
◇?외교관계 서방서 중·러·아세안으로 이동
태국은 쿠데타로 군부가 집권하자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로부터 외면당해 외교적 고립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태국에 지속적으로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고 있으며, 일부 군사원조를 중단했다. 미국은 쿠데타를 이유로 지난해 자국과 태국이 주관하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최대 군사훈련인 ‘코브라골드’ 훈련을 축소 실시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국제 인신매매, 어선 및 고무 농장의 강제노역과 노동착취 등을 이유로 태국을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 중 하나로 지목하고 경제제재를 위협하고 있다.
EU는 군정을 이유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지연시키는 등 태국과의 경제협력을 꺼리고 있다. EU는 또 수산업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는 노동착취를 개선하지 않으면 태국산 수산물에 대해 수입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태국은 서방으로부터 외교적으로 외면 당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중국, 러시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들과 관계를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태국과 서방의 관계가 약화한 틈을 타 철도 복선화 사업 협력, 농산물 수입 약속 등으로 태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태국이 서방으로부터 외면당하고, 비 서방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마다 드러난 현상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태국의 외교관계 정상화는 군정 종식 및 민정 이양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