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아이들 최고 환경멘토는 ‘자연’”
“1회용컵·세정제 안쓰면 지구 건강 되찾아”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에게 핸드폰을 걸면 경쾌한 박자에 재밌는 노래가사가 들린다.
“(월) 월래 막히는 월요인은 대중교통을/ (화) 불의 날 화요일은 에너지 절약하기/ (수) 물의 날 수요일은 물을 아껴서쓰고/ (목) 나무의 날 목요일은 일회용품 안쓰기/ (금) 자원의 날 금요일은 분리수거를/ (토) 흙의 날 토요일은 우리 농산물먹기/ (일) 태양의 날 일요일은 빨래는 빨래줄에~”
이렇게 끝나는 줄 생각하면 오산이다. 힘찬 목소리가 이어진다.
“월화수목금토일/ 세상을 바꾸는 즐거운 습관/ 365 에코~라이프!”
기자가 많은 사람들이 따라 불렀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하 대표는 얼른 “널리 알려주세요. 제가 작사했는데, 재밌죠?”하고 답한다. 제목은 ‘365 에코라이프’란다.
언제부터 이 컬러링을 사용했는지요?
“비영리단체설립을 2009년 하고 사단법인등록한 게 2010년이니 그때부터 사용한 셈이네요.”
직원들도 함께 사용하나요?
“제 컬러링은 40초곡으로 직원들도 핸드폰으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전화기의 컬러링은 10초로 짧게 편집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월화수목금토일! 세상을 바꾸는 즐거운 습관! 365 에코~라이프!’ 어때요, 심플하죠?”
주부로, CEO로 금쪽같은 시간관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매일 아침 기상하면 그리고 출근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을 소개해 주시죠.
“눈뜨면 먼저 감사인사를 합니다. ‘오늘도 건강하게 하루를 시작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요. 그러면 기쁜 맘으로 눈이 번쩍 떠져요. 그렇게 시작하지 못했을 때는 아침에 일어나기가 싫고 힘들었지요. 정말 맘먹기 나름인 것 같아요”
현재 하시는 일을 하루(주중) 일과별로 정리해주시죠.
“월요일은 직원들과 함께 나누고픈 영상공유 및 팀별업무공유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이른 새벽에 아이와 기체조로 하루를 시작하구요. 일주일에 한번은 매일 진행하는 YTN라디오 ‘하지원의 에코라이프’ 방송을 위해 1주일치를 녹음하러 방송국에 가지요, 그 외 시간은 정부인사나 전문가들과 회의나 포럼 등에 참여하고 학교에 가기도 하구요, 에코맘코리아에서 진행하는 여러 행사에 인사말도 하고 강사로도 직접 현장에서 뛰기도 해요. 공식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일정 이외의 거의 모든 시간은 에코맘코리아와 함께 합니다.”
‘에코맘’이라는 이름이 귀엽고 친근한데요, 그렇게 지은 특별한 까닭이라도.
“저는 환경정책을 만드는 일을 해왔고, 환경분야는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행동을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구는 모두가 함께 행동해야 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고 싶었어요. 이젠 행동해야 할 때라는 것을 느끼게하고 싶었고, 그래서 바닥에서부터 온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지요. 과거엔 top-down식 활동을 했다면, bottom-up방식의 환경운동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에코로 만드는 것이 제 목표예요. 에코맘의 맘은 ‘마음’, 합쳐져서 에코맘이 된 겁니다. 또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엄마들이잖아요. 그래서 맘에는 마음과 엄마라는 두가지 뜻이 담겨 있어요.”
사이트에 보니 “에코맘은 우리들의 가정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이들에게 좋은 습관을 키워주고, 자연스럽게 친환경인재로 자라도록 이끌 것입니다”라고 돼 있더군요.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이라, 무엇이 있을까요?
“가정에서는 모든 사물들을 소중히 아끼며 다루는 마음가짐과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자연스레 버려지는 것이 적아지고, 쓸데없는 낭비가 없어지게 되지요. 밥을 먹을 때도 이 쌀과 반찬들이 우리 식탁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분들의 땀과 정성이 있었는지를 알면 감사히 먹을 수 있고, 버려지는 쓰레기도 없어지지요. 저희 세대만 해도 어려서 어른들한테 이런 거 배우며 자랐거든요.”
어린이들한테 가장 모델이 될 환경멘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단연코 저는 자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에 모든 해답이 있거든요. 게다가 어린이들에게 자연은 생명, 생명간의 관계성,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가 해야할 역할을 자연스레 배웁니다. 가장 멋진 멘토이지요.”
환경교육은 현재 공교육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환경은 세계적으로도 큰 이슈이고, 특히 아이들에게는 본능적으로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주제입니다. 특히 생태와 자연을 토대로 한 환경교육은 자연스레 배려와 관계성 그리고 긍정의 소양을 길러주게 됩니다. 따라서 학교에서 환경교육만 잘 가르쳐도 왕따나 학교폭력 같은 일은 많이 예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자연스레 인성교육으로 연결되는 거죠. 그런데 정말 아쉽게도 요즘은 입시위주 교육이라 부모님도 선생님도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시험점수는 높을지 모르지만 사회가 바라는 인재상과는 너무 거리가 멀게 애들이 성장하고 있어요. 교사도 아이도 환경교육에 관심이 많고, 필요성을 느끼지만 전공교사도 없고, 교과목도 거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시민사회, 환경교육NGO와의 협업이 중요합니다. 에코맘코리아도 교사들의 환경교육부터 유치원 및 청소년교육 그리고 엄마교육 등 공교육에서 하지 못하는 부분을 돕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예요.”
지구가 많이 아픈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뇌과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어떤 한가지 행동을 열심히 하면 그와 유사한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고 해요.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많습니다. 그 백 가지, 천 가지를 아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한두 가지를 열심히 철저히 시작하는 것이 좋지요. 예를 들면, 커피숍에서 절대로 일회용컵은 사용하지 않겠다. 양치컵을 사용하고, 손에 비누칠할 때는 물 잠그기 등 물 절약에 앞장서겠다는 등 말이죠. 그래서 제가 에코라이프 노래를 만든 거예요. 요일별로 상징적으로 기억하라고요.”
에코맘이 그동안 실천해온 지구 사랑, 자연 사랑을 구체적으로 행동으로 실천한 구체적인 사례를 몇 개 들어주세요. ‘언제·어디서·무얼, 어떻게, 왜?’ 했으며, 감동적인 장면이 떠오른다면 열거해 주세요.
“(웃으며) 너무 많아서…. 작년에 UN생물다양성총회가 평창에서 열렸고, 그 UN회의장에서 저희 글로벌에코리더 아이들이 ‘UN생물다양성 청소년총회’를 개최하였습니다. UN회의에서 제가 한계로 느낀 것은 국가의 대표단들이 모여 회의를 하기 때문에 개별국가의 이익과 인류(지구)의 이익이 상충되는 것이 많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래서 늘 결과가 UN이 추구하는 방향에 한참 못 미치지요. 그래서 저희 아이들은 생물다양성을 위해 생물종별로 국가를 세웠습니다. 나라이름도 창의적으로 정했지만 결국 포유류나라·곤충나라·식물나라·조류나라 등 7개국이 설립되었지요. 그리고 그 생물종별 나라를 위해 2박3일간 조사하고 토론하며 각 국가별 결의안을 도출해 냈어요. 참여자 모두 투표를 통해 우선순위를 정했지요. 그 내용을 UN, 이클레이, 환경부 그리고 국회에 전했습니다. 전문가들과 환경부에서 아이들의 결의문을 보고 감탄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정말 뿌듯하고 보람 있었어요. 컴퓨터게임 대신 생물다양성을 위해 밤새 토론하며 솔루션을 찾던 아이들을 생각하면 (감정이 북받치는 듯 울먹이며) 지금도 가슴이 뭉클합니다. 이 아이들은 요새도 학교에서 에코리더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작은 실천들을 해내고 있습니다. 얼마나 소중하고 이쁜 일인지요!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된 거지요.”
대학에서 체육학을 공부한 대표께서 환경(사업)에 눈을 뜬 계기는 무엇인지요?
“저는 청소년기부터 환경을 몸소 실천하며 행동하는 활동가였다고 자부해요. 환경연구소에 계셨던 삼촌의 영향이지요. 라면국물 한 그릇을 버리면 강으로 흘러가 정화되는데 욕조통 36개의 깨끗한 물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 후 거의 국물없는 라면을 먹었지요. 옛날에 집 화장실 물 내릴 때 소독용 파란색 세정제가 나왔는데 그 파란 화학물질이 강을 깨끗하게 자정시켜주는 미생물들을 다 죽인다는 거예요. 그럼 그 강은 썪게 되고…. 우린 그 물에서 자란 생명체를 먹거나 그 물을 마시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아는 분들께 세정제를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열심히 알렸던 기억이 나요. 체육학과에 입학하게 된 것은 ‘아프기 전의 건강한 사람’으로 되돌아가는데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스포츠의학을 해야 한다고 주변에서 조언해주셔서 무작정 입학했지요. 그런데 해부학 등의 수업을 통해 제 체질이 의학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좌절했던 기억이 있어요. 엄청 비위도 약하고, 징그러운 것도 못 만지는 성향이거든요. 그런데 환경은 제 삶의 일부였고, 제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활동이었지요. 서울시의원을 하게 되었을 때 환경수자원위원회를 4년 내내 맡은 첫번째 의원이 되었지요. 지금은 에코맘코리아를 통해서 사람도, 지구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지요. 더군다나 2년 전에 부설 환경건강연구소도 설립했어요. 제가 원하는 삶과 일이 일치하니 정말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인생관이나 삶의 목표를 소개해주시죠.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봐서. 하지만 답은 자신있고 간단하게 할 수 있어요. ‘자연스럽게 살자!’ 입니다. 언젠가부터 우리네 삶이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모든 것에 인공과 가짜가 많고, 허세가 많고…. 실제가 아닌 남을 위한 가짜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주변환경도 자연스러움은 사라져가고 모든 것이 인공에 뒤덮여 있지요. 자연스럽게 살 때 사람도 지구도 행복해지고, 나와 다른 여러 생명체들이 함께 공존하며 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내 자신이 건강해지지요. 몸도 마음도 말예요.”
인생의 멘토 세분 정도 알려줄 수 있겠어요?
“저의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멘토는 자연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오히려 현존하는 분들이라 여기에 언급하기가 좀…. (웃음)”
10년, 30년 뒤 자신의 모습을 그려봐 주세요.
“10년 뒤는 여전히 바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습관이 바뀌는데는 임계치의 시간이 필요한데 대한민국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된 것 같아요. 오히려 생활방식이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요즘 카페에 가면 머그잔 한잔을 보기도 어려울 정도니까요. 저희가 심혈을 기울여서 키우는 에코리더들이 성인이 되어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될 때 가속도가 붙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아마 10년 뒤에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우리의 미래세대들을 키우는 일에 열중하고 있을 것 같아요. 30년 후는요, 너무 멀어서…. 80세를 바라보는 시기이니 그땐 제 후배들이 열심히 뛰고 있을 거고요, 저는 흙냄새 맡으며 더욱더 자연스러운 삶을 즐기고 있지 않을까요?”
기자들은 하 대표같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게 제일 보람있다. 거침이 없고 꾸밈 없고 솔직하기 때문이다. 뜸 들이지도 않으니 더욱 그렇다. 기자는 하 대표를 보면서 정비석 선생이 반세기 훨씬 전 쓴 금강산 기행문 <산정무한> 속의 ‘천의무봉’(天衣無縫)이란 단어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