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출어람 청어람···4.19선언문 이수정과 카카오톡 이석우, 그리고 빌 게이츠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1960년 서울대 학생회 4.19선언문은 “상아의 진리탑을 박차고 거리에 나선 우리는 질풍과 같은 역사의 조류에 자신을 참여시킴으로써, 지성과 양심의 엄숙한 명령으로 하여 사악과 잔악의 현실을 규탄 광정하려는 주체적 판단과 사명감의 발로임을 떳떳이 천명하는 바이다”로 시작되어 “보라! 우리는 기쁨에 넘쳐 자유의 횃불을 올린다. 보라! 우리는 캄캄한 침묵의 밤에 자유의 종을 난타하는 타수의 일익임을 자랑한다”를 거쳐 “모든 법은 우리를 보장한다”로 끝을 맺는다.
이승만 정부에서 길러진 의무교육으로 문맹이 없어졌고, 6.25전쟁 중에도 천막대학에서 학업을 계속하는 열성 속에 1950년대에 길러진 학생들이 민족의 소금과 횃불로서 제대로 커왔음을 보여준다. 이 선언문은 당시 서울대 정치학과 학생인 이수정이 쓴 것인데 청년의 예지와 용기가 용솟음쳐 한달음에 써내려간 글로, 최남선의 기미독립선언문과 같은 장쾌한 명문이다. 민태원이 예찬하였듯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과 ‘희망의 놀’을 가진 청년만이 쓸 수 있을 것이다. 모름지기 어느 시대에나 민족의 앞장을 선 청년들은 이런 명문을 써낼 수 있는 예지와 패기가 있어야 한다.
이수정은 후일 6공화국 정부에서 문화부장관을 지냈다. 이는 노태우 정부가 ‘보통사람들의 시대’를 표방하면서 상당히 광범위하게 인재를 등용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권위주의정부와 민주정부의 디딤돌로 노태우 정부의 위상과 역할을 보여주는 한 예라 할 것이다.
온 민족의 힘이 활짝 타오른 88서울올림픽을 성공시키고, 북방정책의 고삐를 잡았으며, 문민정부로 정권을 계승시킨 노태우 정부에 대해서 역사의 평가는 시간이 갈수록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수정, 김학준 등 4.19세대의 참여를 이끌어낸 노태우의 리더십은 다시 보아야 한다.
이수정의 아들 이석우가 대표로 있는 카카오톡이 최근 남녀노소의 최고 소통수단이 되고 있다. 멀리 시카고에 떨어져 있는 아들을 바로 옆에 있는 듯이 수시로 불러내어 상의를 하는 며느리 왈(曰), “카카오톡을 발명한 사람이 제일 고맙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한 시대를 진동시킨 아버지 못지않게 세상을 바꾸어놓은 족적을 남긴 청년이라고 할 것이다. 예수 이전과 이후를 B.C.와 A.D.로 나눈다면, 인터넷을 발명한 빌 게이츠도 가히 빌 게이츠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고, 지금 청년들에게는 카카오톡도 그 만큼의 의의를 갖는다. 이수정의 아들은 가히 청출어람 청어람이라고 할만하다.
이러한 창의와 패기를 가진 청년들이 민족의 앞길을 개척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인들은 창의적이지도 않고 패기도 없다. 새 정치를 한다며 나선 정치인들은 수없이 1960년 서울대학교 4.19선언문을 정독하여야 한다. 이것은 청년들의 붉은 의지와 푸른 논리에 기반을 둔 장엄한 매니페스토다. 마땅히 기미독립선언문과 같이 중고등 학생들에 백번을 읽혀 암기시켜야 한다.
정치개혁은 집권자가 자체적으로 온전히 할 수 없다. 심지어 국회의원들이 정부예산으로 자기 땅 옆에 길을 내서 땅값을 올리고 있다. 이런 악질은 오로지 국민이 표로 심판해서 축출해야 한다. 모든 선거에서 한 표를 귀하게 행사하자. 민주주의를 꽃 피우려면 그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