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류인간’으로 돌아온 소이 “동네 언니 되고 싶어요”

<사진=라훌 아이자즈>

“차기작 ‘프랑스영화처럼’에서 절친 ‘위킹데드’ 스티븐연과 호흡”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귀여운 후배들, 나 화장 안했다고 못 알아보지 말아.”

최근 소이가 SNS에 올린 글이다. 3월11일 그녀는 자신의 모교, 고려대학교를 찾았다. 후배들과 함께 출연작 <조류인간>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다. 소이는 ‘동네 흔한 언니’처럼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그동안 그녀가 연기, 음악, 글 등을 통해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표현한 이유다. 그녀는 최신작 <조류인간>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

영화 <조류인간>은 ‘정체성’에 대해 다룬 영화다. 주인공 소연(소이 분)은 자신의 정체성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다. 15년 전 사라진 아내를 찾고 있는 정석(이정석 분)과 함께 동행하며 새가 되기 위한 꿈에 대한 갈망을 표출한다. 소연의 첫 등장은 유창한 영어를 하는 커리어우먼이었다. 하지만 정석과 동행한 뒤 반전패션을 선보였다.

“사실 첫 대본에선 소연의 직업은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이 아니라 계약직 콜센터 직원이었어요. 하지만 촬영을 하면서 감독님께서 첫 등장씬을 바꿔야겠다고 하셨죠. 생각해보면 소연은 현실에 잘 적응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마음은 많이 힘들어했겠죠. 소연이 정석과 길을 떠나기 시작한 뒤 보여준 패션은 모두 제가 직접 코디한 거예요. 촬영 때 정말 추웠는데 치마 안에 몇 겹씩 껴입었죠. 사실 평소에도 그런 편한 옷을 좋아해요. 부모님은 매일 버리라고 하시지만요(웃음). 소연이란 인물자체가 바로 제 자신이기도 했기 때문에 제가 평소에 입는 스타일 그대로 보여줬어요.”

<사진=라훌 아이자즈>

<조류인간>은 소이 본인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다. 신모감독이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동안 몇 차례 소이와 만나면서 ‘소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신 감독님은 ‘배우의 감독’이세요. 출연 배우에 대한 통찰력으로 시나리오를 쓰시는 분이시죠. 배우를 파악한 뒤 어떻게 그 재목들을 영화에 사용할 지 아는 감독이거든요. 비단 저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 분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소연과 저는 정말 많이 닮았어요. 단, 다른 점은 소연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알고 행동에 옮기는 아이죠. 현실의 벽에 부딪혀 괴롭다고 하지만요. 하지만 저는 약간 달라요. 정체성의 방향은 잡았지만 아직 정체성이 정확히 무엇인지 아직 찾는 중이에요. ‘꿈을 꿨다’는 소연의 마지막 대사는 사실 제가 했던 말이에요. 감독님이 고스란히 시나리오에 쓰셨죠. 대사 자체는 희망이 없어 보이지만 저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해요. 또 15년이 걸릴 지라도 소연은 계속해서 도전할 것이고 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기 때문이죠.”

소이는 1999년 티티마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멤버 중 소이는 영어, 중국어, 한국어 등 3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당시엔 외국어를 소이만큼 유창하게 하는 아이돌이 거의 없었다. 이후 티티마는 ‘1세대 한류 아이돌’로서 중국에서 큰 열풍을 일으켰던 NRG의 ‘동생그룹’으로 중국에 진출했다.

<사진=라훌 아이자즈>

 

“당시 중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던 NRG의 동생그룹으로 진출을 했죠. 당시 외국에서 인기를 얻었던 그룹이 드물었기 때문에 정말 놀랐죠. 그런데 중국에서의 티티마 인기는 그렇게 오래 가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요즘 아이돌은 정말 대단해요. 저희 때와는 현저히 다른 시스템으로 키워지고 자신의 재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죠. 그 중에서도 자기만의 세계가 큰 친구가 보여요. 그 친구들이 받고 있는 빛이 굉장히 밝잖아요. 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자기 자신을 잃지 말라고 응원해주고 싶어요.”

티티마가 해체된 뒤 음악계에선 밴드 라즈베리필드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영화계에선 영화배우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도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혼란을 겪으며 힘든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극단적으로 예민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아이돌을 그만둔 이유도 제 자신이 누군지 몰랐기 때문이었어요. 내가 왜 이걸 하는 지도 몰랐고 닳아 없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예능도 다 끊었어요. 그 당시엔 텔레비전에 비춰지는 제 밝은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죠. 그래서 제 어두운 면을 보여줄 수 있는 공포영화에도 출연했어요. 근데 30대 들어와서는 생각이 달라졌어요. 밝은 모습도 제 모습이니깐요. 이젠 밝은 캐릭터도 잘 할 수 있어요. 이런 어두운 시기를 경험하고 땅끝까지 떨어져 봤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이제 30대에 들어서니 보다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소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은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일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녀가 직접 연출하고 연기한 단편영화에도 자신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렇게 그녀는 연기와 노래로 화려하고 극적인 이야기보단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과 일상을 전해주고 있다. 그녀는 평생 열정을 잃지 않고 하고 연기, 음악 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대중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한다.

“제가 잘하는 것은 일상의 소소한 일을 표현하는 거예요. 평소에 시나리오나 글을 많이 써요. 당시 뮤직비디오를 찍을 돈이 주어졌어요. 제가 미리 써놓은 시나리오 중 하나를 10분짜리 단편영화로 만들었죠. 뮤직비디오 대신이었어요. 연기와 연출을 동시에 하니 정말 힘들었어요. 앞으로도 웬만하면 못할 것같아요. 글, 음악, 연기 삼박자가 모두 갖춰져야 하는데 참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어떠한 방식이든 제 이야기를 하는 순간은 정말 행복해요. 최근에는 제 마음과 열정이 가는 분야는 연기에요. 연기는 선택을 받아야만 할 수 있거든요. 그 기다림 속에서 쌓아뒀던 열정들이 촬영장에서 쏟아지죠.”

차기작은 <프랑스 영화처럼>이다. <조류인간>의 신연식 감독과 다시 한 번 함께 일하게 된 것이다. 특히 미국드라마 <워킹데드>에서 글렌 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스티븐연이 소이의 연인으로 출연해 화제다. 스티브연은 소이와 오랜 친구로, 소이의 제안으로 <프랑스 영화처럼>에 출연했다고 한다.

<사진=라훌 아이자즈>

“사실 스티븐연은 연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알고지낸 오랜 친구에요. 처음 그 친구를 봤을 때 뭔가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연기를 뛰어나게 잘하더라고요. 제 상대역 캐스팅에 대해 <조류인간>을 촬영하는 동안 감독님과 상의했는데 마침 스티븐연이 한국에 온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한국에 있는 동안 이틀만 빼줄 수 없냐고 물어봤어요. 그 친구가 시나리오를 읽더니 흔쾌히 하겠다고 했어요. 스티븐연은 상대 배우와의 호흡을 정말 잘 맞춰주는 친구에요. 연기도 정말 잘하고요. 올해 상반기에 영화가 나올 예정인데,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정말 기대됩니다.”

소이는 평소 버스를 즐겨 탄다. 머리를 감지 않고 버스를 탈 때도 있다. 얼굴이 많이 알려져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을 느끼지만, 그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신의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이다. 4월엔 그녀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 발간된다.

“머리를 안 감고 버스를 탈 때도 있는데 절 알아보시는 분이 있으면 조금 창피하긴 해요. 그래도 버스타고 다니는 것이 편해요. 곧 제가 쓴 책이 출간돼요. 거창하게 쓴 글이 아니에요. 그냥 ‘흔한 동네 언니’가 쓴 일기장 같은 글이에요. 제 글을 보신 어머니께서 우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정말 솔직하게 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조금 무섭기도 해요. 그동안 사람들이 몰랐던 면을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독자들이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제 삶의 테마는 ‘꿈’이에요. 아이돌 시절 제 꿈이 뭔지 몰랐기 때문에 힘들었어요. 이젠 사람들에게 ‘꿈을 꿔도 괜찮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화려한 빛에 눈이 멀어도 꿈을 꿀 수 있고, 바닥을 치고 있어도 꿈을 꿔도 괜찮아요. 그렇게 연기, 글, 음악 등을 통해 평생 열정과 꿈을 갖고 동네 언니처럼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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