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부자, ‘일감몰아주기’ 규제 피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30% 밑으로 낮춰

[아시아엔=편집국]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결국 매각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 부자는 보유 현대글로비스 주식 502만2170주(13.39%)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

매각된 주식은 정몽구 회장 지분 180만주(4.8%)와 정의선 부회장 지분 322만2170주(8.6%)이다. 5일 현대글로비스의 종가 23만7천원보다 2.7% 낮은 주당 23만500원에 매각됐다. 이로써 두 부자는 약 1조1천여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번 매각에는 2조원 이상이 몰려 경쟁률이 2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국내와 해외 기관투자가가 절반 정도씩 물량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자는 남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에 대해선 2년간 보호예수(주식을 팔지 않는 것)하기로 했다.

정 회장 부자는 지난달 12일에도 블록딜을 추진했으나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실패했다. 이번 주식 매각 가격은 당시보다 5만원가량 낮아졌다.

글로비스 지분 매각 이후에도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최대주주 지위(29.99%)는 그대로 유지된다. 현대차 등 다른 계열사를 포함한 우호지분도 40%를 여전히 웃돈다.

이번 매각으로 인해 정 회장 부자는 2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첫째 이들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이 29.99%로 낮아지면서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에 따른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보유 지분이 30%를 밑돌면 규제 대상에서 빠지게 돼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법이 시행되기에 앞서 대상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결단’을 내린 셈이다.

둘째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을 확보하게 됐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으로 챙긴 1조1천여억원의 현금으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말하자면 현대모비스가 그 정점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의선 부회장에게는 현재 현대모비스 지분이 전혀 없다. 이에 따라 정의선 부회장은 이번 글로비스 지분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삼성그룹 모델과 비슷해진다. 삼성그룹의 경우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는 가운데서도 삼성에버랜드가 그 정점에 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가 40% 이상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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