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 기자의 경제편편] 삼성을 지켜보고 있다
[아시아엔=차기태 기자] 지난해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상장했다. 상장 결과 예상대로 공모주 청약에 투자자는 몰렸고 주가는 높았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 역시 예상대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14일 상장한 삼성SDS의 주식 액면가는 500원이었지만 공모가는 19만원이었고 연말에는 29만3500원으로 종결됐다. 연말 시가총액은 22조7100억원으로 10위를 차지했다.
액면가 100원짜리 제일모직 주식은 12월18일 상장됐다. 공모가 5만3000원이었는데, 2014년말 15만8000원으로 마감됐다. 시가총액은 21조3300억원에 이르렀다. 시가총액 순위로는 12위로 올라섰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44조원을 헤아렸다. 지난해 상장된 6개 종목의 시가총액 48조여원 가운데 이들 두 종목의 비중이 90%를 넘는다. 이로써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에 삼성그룹 종목만 6개가 들어가게 됐다. 이들 6개 종목의 시가총액 합계는 2999조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두 종목의 주식시장 진입으로 지난 연말 한국의 주식시장은 체면치레를 했다. 12월30일 코스피는 1915.59포인트로, 전년보다 95.75포인트 떨어진 채 마감됐다. 그럼에도 전체 시가총액은 반대로 1185조9740억원에서 1192조2530억원으로 6조2790억원 늘어났다. 그 결정적인 요인은 역시 이들 두 종목이었다. 만약 두 종목이 작년에 상장되지 않았다면 전체 시가총액 역시 하락했을 것이다. 주가지수도 아마 더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삼성그룹 기업들의 비중과 위상은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재삼 확인됐다. 그 결과 이건희 회장 자녀들의 순위도 ‘수직상승’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2013년 1조2천억원대에서 단숨에 7조원을 훨씬 웃돌게 됐다. 순위도 2로 올라갔다. 이 회장의 두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보유주식 평가액도 2조원을 넘어섰다. 두 자매도 10위권에 들어갔다. 이로써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가족 4명이 모두 10위권에 진입한 것이다. 참으로 진귀한 기록이다.
이재용 남매들이 이렇게 순식간에 거대한 재산가로 떠오름에 따라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세습과정에서 빚어진 여러 가지 ‘사건’들을 새삼 되돌아보곤 한다. 제일모직이 전환사채(CB)를 발행 발행해 이들 3남매에게 싼 값에 넘겨주고 삼성SDS의 주식인수권부사채(BW)을 역시 저렴한 가격에 이들 3남매가 인수한 과정이 새삼 떠올려지는 것이다. 또한 경영권 편법승계 문제에 관한 특별검사의 수사와 재판 등 모든 과정이 함께 사람들의 뇌리에 스치고 지나갔다. 이들 3남매가 인수한 주식이 두 계열사의 상장을 통해 수백배의 상장차익을 누리게 된 것도 언론과 전문가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숱한 논란과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이들 3남매는 두 상장사는 물론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인수했다. 동시에 한국 최고의 주식부호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니 이들의 경영권 승계 논란도 일견 종지부를 찍은 듯하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 볼 때 이들 3남매의 위치는 확고해졌고, 그 지위를 ‘공인’ 받은 듯하다.
그렇지만 그런 논란이 아직 완전히 매듭지어졌다고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지금도 이들의 ‘부당수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된다. 그리고 적지 않은 국민들이 이런 주장에 공감하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삼성그룹 계열 기업들이 세계무대에서 이룩한 업적을 결코 폄하할 수는 없다. 최근 영국의 한 여론조사업체의 브랜드이미지 조사결과 삼성은 미국과 중국에서 5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프랑스에서 2위, 독일에서 3위에 올랐다. 멕시코에서도 4위를 기록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서는 1위에 우뚝 섰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이렇게 높은 순위에 오른 곳은 삼성 뿐이다.
최근 경제개혁연대가 조사한 주요재벌의 부가가치 산출 추이를 봐도 다른 재벌은 2011년에서 2013년 사이에 대체로 정체상태였지만, 삼성그룹은 꾸준히 성장곡선을 그렸다.
동시에 현재 삼성그룹에게는 적지 않은 도전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 대표기업답게 이건희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고 브랜드이미지를 높여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문제나 일부 계열사의 빅딜 등의 숙제가 여전히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도 최근 삼성그룹이 76년의 역사에서 크게 변화해야 할 지점에 서 있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힘겨운 과제를 맡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날의 일들을 자꾸 되새기는 것은 언짢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지금 중요한 것은 앞날을 위한 올바른 설계와 대책이다. 그런 점에서 삼성그룹의 향후 행보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롯한 3남매의 처신은 앞으로도 집중적인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모든 경제전문가들이 삼성그룹과 이건희 회장 일가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