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부산·수협, 빌려준 돈보다 ‘꺽기’ 수신 더 많아

<자료=이운룡 의원실>

지난해 꺽기 의심사례 5만4585건에 5조1100억원
금감원 적발 건수는 최근 5년간 2936건, 907억원에 불과

[아시아엔=강준호 기자] 지난해 은행권이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고 강제로 예금이나 적금 등을 유치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무려 5조원에 이른다는 지적이 나왔다.

외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부산은행, 수협은행 등은 빌려 준 돈보다 ‘구속성 예금(일명 꺽기)’으로 의심되는 수신거래가 더 많았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각 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구속성 상품 판매 의심 사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의 꺽기로 의심되는 사례가 총 5만4585건에 그 규모도 여신거래액의 절반(49.1%)에 달하는 5조1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감원이 구속행위 규제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지난해 은행에서 대출받은 기업이 1개월을 초과하고 2개월 이내 금융상품에 가입한 현황을 파악한 결과이다.

이운룡 의원은 “꺽기 의심 금액도 어마어마하지만, 이는 1억원을 대출해 주면서 5000만원은 은행 내부에 유보하고 5000만원만 줬다는 것”이라며 “악덕 대부업자가 선이자 떼는 행태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적잖은 충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꺽기로 의심되는 수신이 가장 많은 은행은 SC은행으로 2792억원을 빌려주고 3616억원을 받아 여신대비 130%에 달했다.

이어 부산은행이 1803억원을 빌려주고 2222억원(123%)를, 수협이 1738억원을 대출해주고 1948억원(112%)를 받았다.

꺽기로 의심되는 수신금액이 여신금액의 절반을 넘는 은행도 5곳이나 됐다. 광주은행이 67.3%로 수협의 뒤를 이었고 씨티은행(59.8%), 신한은행(55.2%), 외환은행(52.5%), 하나은행(51.2%) 순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기업의 재예치 예금, 대출금 상환을 위해서 순수하게 금융상품에 가입한 경우 등 구속성 예금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도 포함돼 있다.

이 의원은 그러나 “금감원이 건별 검사를 하지 않는 이상 현재 시스템으로는 꺾기 여부 판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꺽기가 의심돼 조사해 봐야할 거래 대상이 이렇게 많다는 점에서 금융당국 감독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꺽기로 의심되는 거래가 5만건에 5조원이 넘었지만 금감원이 꺽기로 적발한 건수는 최근 5년간 2936건, 907억원에 불과했다.

이원룡 의원은 “해외 주요 국가들은 특정 벌률이 아닌 독점규제 관련 법률에서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율하고 있는데 현재 우리 규제대상 확대 정책은 풍선효과만 양산할 뿐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자율은 주되,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강력히 규제하고 은행 내부에서부터 꺽기 관행을 없애기 위한 성과평가 체계 개선, 조직문화 조성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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