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아시아 증시는 ‘불확실성’
선진국 등 정책기조에 ‘민감’
[아시아엔=이진성 기자] 아시아 증시가 대체적으로 부진한 모양새다.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 대부분이 하락했다. 이같은 흐름에 전문가들은 미국 등 주요국가 정책 및 지정학적 불학실성이 아시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한달 간 중국 상해종합과 일본 니케이 증시는 지난 29일 장마감 기준 각각 122P, 834.04P 상승했다. 반면 대만 가권과 홍콩 항셍, 배트남, 인도 선섹스, 말레이시아 KLCI 등은 모두 하락했다. 국내 코스피 지수도 30일 장 마감 기준 한달간 47.75P나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1분기만 해도 자금 유동성이 이머징으로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3년간 지속돼온 코스피지수의 박스권은 물론 침체돼 있는 아시아 시장이 활발해질 것으로 분석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2분기 이후 달러의 강세, 미국의 중동지역 공습 등 지정학적 요소와 불확실성이 강조되면서 증시는 방향성을 상실했다.
특히 홍콩 항셍지수는 월초 24,752.09P에서 29일 장 마감 기준 23,229.21로 한달간 1522.88P가 빠졌다. 지난달 29일에는 홍콩 시위 영향으로 2%나 급락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 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증시도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신중호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증시는 유동성은 풍부하지만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헤매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강조되면 선진국과 이머징 일부 국가만이 호재를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중호 연구원은 이어 “최근 달러의 강세도 아시아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아시아 증시에서의 불확실성은 유동성 측면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개발도상국이 많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정책 기조에 따라 변동성도 심화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5월에도 아시아 신흥국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이는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하자 나타난 일명 ‘버냉키 효과’다. 최근 아시아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미 연준이 금리인상 신호를 보내지 않았음에도 일정 시간이 지나자 다시 한번 재현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김승현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 등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에 따라 자산의 이동방향이 바뀐다”며 “금융시장에서 주목하는 주요 정책들이 아시아 국가에 모두 긍정적으로 작용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승현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미 연준의 저금리 기조의 연속성과 유로존에서의 충분한 자금의 유동성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통화정책과 달러화 강세가 변수
미 연준은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 연준은 채권매입 돈풀기를 10월에 종료하는 대신 기준금리는 조기에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고용시장 등 미국경제 회복세로 단기금리를 인상하는 시기를 당길지 모른다는 일각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다.
연준은 올해 미국경제 GDP성장률이 2%에 턱걸이할 것으로 내려잡았다. 조기에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경제 성장률이 올해 2.0~2.2%에 그칠 것으로 수정 전망했다.
미국경제는 올해 10년 만에 3%이상의 성장이 기대됐으나 올 1분기 폭설한파 등으로 마이너스 2.1%로 후퇴,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이같은 기조속에 전문가들은 글로벌 자금이 아시아 신흥국으로 유입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여기에 유로존에서 최소 1천억 유로 이상의 유동성이 확보되고 최근 이슈로 떠오른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에 대한 진정추세까지 더해진다면 안정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달러 강세의 부담은 여전히 부담이다.
김승현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정책 이슈와 지정학적 위험 등이 모두 낙관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높다고 판단된다”며 “다만 달러화 강세 제한과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따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아시아 증시가 상승하기 위해선 유동성 측면보다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아직까지 안정자산을 추구하는 성향이 더 많다는 점을 들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리스크로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 연준의 정책과 유로존 자금확대, 스코틀랜드 이슈 문제 등을 배제하더라도 달러화 강세에 아시아 증시가 무너진 것이 그 한 예다.
신중호 책임연구원은 “수출이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달러화 강세가 경제를 흔들 수 있는 이슈”라며 “아시아 주요 대기업들의 활약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 대기업 역할이 중요
지난달 1일 코스피지수는 2,067.86P를 기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탄력을 받고 박스권을 뚫고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30일 장 마감 기준 무려 47.75p가 빠지며 2,020.09포인트로 마쳤다.
백윤민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코스피 지수가 반등을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부진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전반적으로 3분기 기업실적과 환율에 대한 우려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기업의 코스피지수보다도 더 하락하며 주요 기업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달러강세와 엔화약세가 부각되긴 했지만 실적에 대한 리스크가 크다는 의견이 많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상반기에 이어 3분기 실적도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차는 시장 예상보다 높은 한전부지 인수에 따른 여파로 시총 11조원이 증발하기도 했다. 더구나 두 그룹을 포함한 수많은 대기업들이 초미노믹스 이후에도 배당을 회피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 효과가 반감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대표 기업들이 신뢰 쌓기가 우선돼야 경기부양책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부 부양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선 대기업들의 선도적인 역할은 필수”라며 “특히 외국인이 볼 때 국내 대기업의 이미지로 코스피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국내 증시 전망에 대해 증권사 연구원은 “하반기도 주요 기업들의 실적 기대가 예상치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당분간 방향성을 잡긴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곽병열 현대증권 연구위원도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돌파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며 “다만 초미노믹스 시행으로 내수 진작 효과가 기대되는 점으로 비춰볼 때 긍정적 요소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10월의 아시아 증시는?
‘혼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주요국의 정책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는 선제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동성 측면에서 우수한 이머징 마켓도 자금이 아르헨티나와 아프리카 등으로 쏠리는 추세다. 그나마 태국과 중국 정도가 수급면에선 양호한 상태다. 하지만 미국의 대외정책이 중국의 확장을 경계하는 양상을 띄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 가운데 중동지역의 정치적인 불확실성도 더해지고 있어 아시아 증시는 ‘불안요소’를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즉 아시아 증시에 유동성이 확보되기 위해선 선진국 등의 정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신중호 이트레이드증권 책임연구원은 “이머징마켓의 유동성은 상당히 우수하지만 한쪽으로 집중되는 측면이 있다”며 “아시아 증시가 탄력받기 위해선 내수 경기부터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땅이 튼튼해야 건물도 바로 서듯이 선진국 정책에 눈치 보기 보다는 내실에 무게를 더할 때”라며 “내실이 튼튼한 국가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