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번째 수요일> 유학생 눈에 비친 수요집회

수요집회 참여 ‘한국·중국·인도’ 학생?긴급 좌담회

제1004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11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열렸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이날 열린 집회에는 김복동(86)·길원옥(85) 할머니와 뜻을 같이 하려는 100여명의 시민과 학생들이?참여했다.

이날 수요시위에는 한국에서 유학 중인 인도의 라훌 아난드(Rahul Anand·26, 카이스트 MBA과정)·중국의 양성명(楊星明·23, 한서대 중국어학과 교환학생)씨가 처음 참여했다.

집회를?참관했던 인도의 라훌·중국의 양성명·한국의 김판(25,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3년)씨 등 3명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동 AsiaN 사무실에서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이들은?”교육적인 차원에서는 수요집회가 이어져 가는 것이 좋다”면서도 “위안부 피해 문제해결을 위해 과연 집회라는 방식이 효과적인가”라며?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는 어느덧 1000회를 넘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집회가 효과적으로 일본의 사과를 이끌어내는 방안이 아니라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는데 어떤 의견인가.

라훌 아난드: 오늘 수요시위에 어린 친구들이 두꺼운 옷을 입고 나와서 사진도 찍고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봤다. 심각한 집회도 아니었고 불쾌한 감정을 일으키는 사람이 집회에 참가한 것도 아니었다. 집회 자체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 문제를 해결하는?아주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양성명: 나는 집회에 참가하는 것이 (어린 학생들) 교육 차원에서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중국)에서는 대다수 사람들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라훌 아난드: 이러한 집회에 참여하는 편이 어떤 것이든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수요집회’? 역사 교육 차원에선 필요 vs. 문제해결 위한 효과적 방안 아냐

김판: 인도에는?위안부 피해와 비슷한 사례가 있나?

라훌 아난드: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인도의 위안부 피해?여성 사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고 알고 있는 것이 없다.

김판: 영국에 의해 침략 당했다면 그러한 사례가 있을 수 있지 않은가?

라훌 아난드: 영국이 물질적인 부와 자원을 인도에서 약탈해 가기는 했지만 위안부 피해 여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바가 없다.

양성명: <Flowers of War>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나? 남자주인공이 오스카상을 받기도 한 그 영화에는 난징대학살 당시 피해를 당한?여성 13명의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에는 반일본 기류(Anti-Japanese mood)가 있고 중국인들은 일본이 저지른 일을 기억하고 있다.

김판: 나는 우리(한국)가 무엇인가 다른 것을 했으면 좋겠다. 집회 현장에는 수많은 기자와 사진기자가 있지만 그들은 그저 똑같은 기사와 사진을 내고 단편적인 것만 볼 뿐이라고 생각한다.

라훌 아난드: 그렇다. 또 돈으로 보상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차적으로는 일본이 잘못을 인정하고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존경을 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中 위안부 피해 2만명, 47명 생존···중국인 잘 몰라

김판: 중국에도 피해 사례가 있지 않나? 지금은 어떠한가?

양성명(楊星明·23, 한서대 중국어학과 교환학생)

양성명: 중국에는 2만명 가량의 위안부 피해자들이 있고 현재 47명 정도가 생존해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많은 중국인들은 현재 그들의 상황이 어떠한지 잘 모르고 있다. 나조차도 그들이 어떻게 생활해 왔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나는 집회를 여는 것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 문제해결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판: 나 역시도 집회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집회가 열리지 않고 이러한 상황이 전혀 없다면 사람들 모두가 이러한 사실에 대해 잊어버릴 것이다.

라훌 아난드: 교육적인 차원에서는 좋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고 뭔가 얻을 수 있을만한 방법은 아닌 것 같다.

– 그렇다면 집회라는 방법 외에,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

라훌 아난드: 나는 한국정부가 일본정부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강력하게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정부가 더 강하게 나아가야 하지만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는 것 같다.

양성명: 걱정되는 것은 ‘피해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어떻게 되는가’이다. 집회를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라훌 아난드: 한국이 더 나은 정치적 외교술을 발휘해야 한다. 정부의 정치적인 의지가 필요할 것이다.

김판: 어떻게 해야 정치적으로 더 강하게?나아갈 수 있을까?

한국정부 외교력·정치적 의지·시민참여 모두 필요

라훌 아난드: 먼저 한국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 이다. 입으로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위안부 문제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정치적 의지와 외교력을 바탕으로 정치인들이 행동으로 말해야 한다.

양성명: 나는 정부보다는 일반 시민들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문제에 대해 더 알고 참여하고 행동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힘을 잃을까 두려워하며 국민의 신뢰를 원한다.

김판(25,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3년)

김판: 나도 정부와 정치인들이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어떠한 방법으로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끌 수 있을까?

라훌 아난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미디어를 활용해 더 많은 홍보와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100여 명이 나오기는 했지만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깨닫게 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할 수도 있다.

김판: 일본의 시민들과 정부는 어떠할까?

라훌 아난드: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여전히 다수의 시민들과 어린 학생들이 문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것이다. 많은 어린 친구들이 이 사건 이후에 태어났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 이연화씨’ 같이 한국인으로 귀화한 사람들 중에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미안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좋은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

양성명: 일본이 먼저 잘못에 대해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난징에서 일어난 일과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김판: 중국의 젊은 친구들은 이러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양성명: 사과를 하지 않은 점도 영향이 있겠지만 50% 이상의 중국인들은 일본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일제 물건을 사지 않거나 일본인들이 운영하는 가게에 가지 않기도 한다.

김판: 국적을 기준으로 싫어하고 말고 하는 것은 문제와 상관없는 것 같다. 나는 일본을 마냥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들을 반드시 싫어할 이유는 없다. 친구로 가야한다.

라훌 아난드: 친구라면 왜 과거를 문제 삼느냐? 과거는 잊을 수도 있다.

양성명: 인도에서 온 라훌에게는 우리가 과거를 문제 삼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중국에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우리는 역사를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된다.

라훌 아난드: 그렇지만 일본이 당신에게 직접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것은 아니다.

양성명: 나에게는 아니지만 중국인들에게는 잘못을 저질렀고, 그 사실만으로 내게도 중요한 문제이다.

라훌 아난드: 그 당시에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양성명: 그러나 나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어떻게 느꼈을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과거는 과거일 뿐’ vs ‘역사 잊어선 안 돼’

라훌 아난드: 그런 점에서 내가 현재를 살고 있지 않고 ‘과거에 산다’고 말하는 것이다.

김판: 그럼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것인가?

라훌 아난드: 그렇다.

양성명: 라훌에게는 ‘과거는 과거’일 수 있겠지만 우리(중국)가 또는 일본이 그러한 과거를 잊는다면?다시 똑같은 일을 저지를 것이고, 제3차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이다. 그들은 또 여성들을 겁탈할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잊으면 안된다.

라훌 아난드(Rahul Anand·26, 카이스트 석사과정)

라훌 아난드: 그들이 저지른 일은 다시 업(Karma, 業)으로 돌아올 것이다. 쓰나미 피해 같은 것을 봐라. 중국인들과 일본인들이 꼭 과거에 얽매여 살 필요는 없다. 이것은 인도인들의 정신이기도 하다.

김판: 우리도 과거에 얽매여 살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어린 나이에 꿈도 잃고, 모든 고통과 인내를 감당하며 살아가야만 했다.

라훌 아난드: 역사적으로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도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를 살아야 할 것이다.

양성명: 한국인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잊지 않고 있었다. 오늘 중국인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한국인들의 수요집회를 보고 감동받은 것이다. 나는 절대 ‘역사를 잊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정리 최선화 수습기자 sun@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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