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모두 돌아가신 후 일본은 사죄할 것인가

23일 제1058차 수요집회에는 방학을 맞아 부개여고, 무원고, 미추홀외고 등 고등학생들이 많이 참석했다.

위안부 할머니?236명 중 58명만 생존

위안부 수요집회. 22년간 이어오며 기네스북에 최장 집회로 기록을 남겼다. 씁쓸한 기록이면서 반드시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의 기록이기도 하다.

23일 1058차 수요집회에는 춥고 비 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그 좁은 공간에 10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멀리 삼천포에서 올라온 고등학생, 일본 관광객, 아빠손을 잡고 온 유치원생, 점심 거르고 나온 회사원 등 다양한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다.

한 남학생이 일본대사관을 향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배상하라고 힘껏 외치고 있다

간절히 원하면 이뤄질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제 사회가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유엔에서는 일본 정부의 범죄를 규탄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헌법재판소 판결은 한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고 미국에서 기림비 건립 운동이 확산되는 등 국제사회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16일 미국 뉴욕 주 상·하원 의원들이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은 20세기에 일어난 최대 규모의 인신매매’라고 규정하며 일본 정부가 피해 여성들에게 사과하고, 자국민들에게 위안부 실상에 대해 교육해 나가라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주의회에 제출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도 올해 일본군 위안소가 설치됐던 아시아 지역에 소녀상을 세우는 ‘나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위안부 운동의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국제사회는 힘이 지배하지만 우리의 활동과 우리가 만드는 여론은 그 힘을 지배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향우’한 일본 정부의 훼방도 거세지고 있다. 뉴욕주의회에 제출된 결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전방위적인 로비를 펼치고 있고 아시아지역에서도 경제 지원 등을 통해 소녀상 건립을 막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236명 중?생존하고 있는?할머니는 58명뿐이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대부분이 노환으로 힘들게 살고 계시고 20여 분은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무엇보다 할머니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윤 대표도 “할머니들께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자주 찾아뵙고 건강을 살피며 희망적인 이야기를 전해 주는 일”이라고 했다.

늘 수요집회 참석해 주고 계시는 길원옥 할머니.

만약 이 분들 생전에 사죄와 배상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세계 각지에서 그 분들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리는 일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일본이 알아야 하는 점은 그 분들이 모두 돌아가신 후 운동이 약화되는 게 아니라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윤 대표는 “아무리 일본정부가 보수정권으로 교체된다 할지라도 국제사회의 여론이 매섭게 몰아치면 일본도 그 힘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며 “국제사회는 힘이 지배하지만 우리의 활동과 우리가 만드는 여론은 그 힘을 지배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시작된 작은 외침은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서 고통 받는?여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돼 그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하고 있다.?아픔의 역사를 넘어 인류 평화를 향한 위안부 수요집회는 점점 확대될 조짐이다.

브라우니를 친구로 맞은 소녀. 정대협은 올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등에 소녀상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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