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제대로 보도하면 불이익 받는다?
“나는 진실의 편이다.” 지난달18일 사라 퍼스가 <러시아투데이(RT)> 사직 의사를 밝히며 한 말이다. 러시아 국영 뉴스채널 <러시아투데이>의 런던 특파원 사라 퍼스는 우크라이나에서 격추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사건에 대해 러시아투데이의 편향된 보도를 비판하며 사표를 제출했다. 사라 퍼스는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투데이>는 모든 사건의 원흉을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리며, 또한 푸틴 통치를 뒷받침하는 선전도구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투데이> 앵커 겸 특파원 리즈 왈도 올해 3월5일 퇴사의사를 밝혔다. 그녀는 생방송 도중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푸틴을 미화하는 <러시아투데이>에서 일할 수 없다”고 말하며 사의를 표했다. 두 기자는 사의를 표하면서 한결같이 <러시아투데이>는 푸틴을 위한 방송국이라고 강조했다. 사라 퍼스는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러시아투데이>를 그만두는 이유가 기자 개인의 문제인지 아니면 <러시아투데이>의 문제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투데이>는 “우리는 친러 방송이 아니며, 편집권도 독립돼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리즈 왈의 돌발행동에 대해 “관심을 끌기 위한 수작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한편 <CNN> 다이애나 맥네이 기자는 7월17일 가자지구가 내려다보이는 이스라엘 스데롯 언덕에서 전황을 중계한 뒤 트위터에 “스데롯 언덕에 있는 이스라엘인들이 가자지구에 폭탄이 떨어질 때마다 환호한다. 이에 대해 비판논조로 보도하면 방송차량도 폭파시키겠다고 위협했다.”라는 메시지를 올리며 항의했다. 그녀는 해당 글을 곧바로 삭제했지만 이미 확산돼 논란을 일으켰다. 이스라엘 지지자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치자 <CNN>은 대변인을 통해 “맥네이 기자가 촬영 전 이스라엘 군중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뒤 격하게 반응한 것”이라 설명했으며 “자신의 거친 언사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맥네이는 러시아 모스크바 지국으로 좌천당했다. 미국 대통령은 유대인이 뽑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대인 파워’는 미국을 좌지우지한다. <CNN>도 반이스라엘 성향 기자를 현장에 두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NBC> 아이만 모헬딘 기자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가자지구에서 활동해온 모헬딘은 7월16일 트위터를 통해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해변에서 놀던 중 이스라엘 미사일 폭격으로 사망한 사건을 알렸다. 또한 아이를 잃고 통곡하는 어머니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 사진은 국제 사회에 공분을 일으켰다. 모헬딘은 신변 안전이라는 표면적인 이유로 18일 본사로 소환됐다. 하지만 그가 평소 반이스라엘 여론을 조성하는 글을 올린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사라 퍼스는 현재 다수의 방송사에 출연해 <러시아투데이>의 실상을 고발하는 중이며 리즈 왈 또한 <CNN>과 <FOX NEWS> 등에 출연해 러시아 언론장악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맥네이는 전보조치 후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중 모헬딘만 유일하게 현장으로 돌아갔지만 이는 <NBC>가 비판 여론을 감당치 못했기 때문이다. 사건 사고가 끊임없는 국제 정세처럼 2014년 여름은 기자들에게도 수난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