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형제들 경쟁인가 협력인가
효성 일가의 두 아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효성의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을 바꿔 같은 날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일각에서 불거진 후계 구도와 관련한 경쟁설을 일축하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8일 효성은 조현준 사장이 자사주 2만5천주를 장내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조석래(79)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 사장의 효성 지분율은 10.40%로 올라갔다. 매수 시점은 지난 11일이다.
조 회장의 3남인 조현상 부사장도 1만2500주를 사들여 지분율이 10.08%로 상승했다. 조 부사장의 매입 시점도 조 사장과 같은 지난 11일이다.
두 아들의 지분율 경쟁은 지난해 3월 이후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시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회사를 등지면서 지분을 매각한 것이 계기였다.
원래 효성의 3형제는 각각 7% 수준의 효성 지분을 보유한 채 후계자 자리를 놓고 물밑 경쟁을 벌였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자 후계 구도는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의 경쟁으로 좁혀졌다.
이후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은 경쟁적으로 효성의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한 사람이 지분율을 높이면 다른 사람이 뒤쫓아 주식을 사들이는 모양새를 보였다.
지난달에도 조 사장이 2∼5일 6만3629주를 매수하자 조 부사장은 9∼12일 15만9061주를 사들였다.
이에 시장에서는 효성의 경영권을 놓고 두 아들의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얘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경영 승계설이 자꾸 불거지자 형제는 아예 지분 매입일을 맞추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은 이달 11일에 앞서 1일에도 동시에 각각 3500주와 2천주를 매입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의 매도로 줄어든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형제간 경쟁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근 조 전 부사장이 형(조현준 사장)과 동생(조현상 부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그룹 계열사의 배임 횡령 혐의를 수사해달라며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경영권 다툼’이란 ‘오해’를 유발하지 않으려는 행보라는 것이다.
효성 관계자는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고 예전부터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이 협의해 꾸준히 지분을 사들였다”며 “경영 승계와 관련한 논의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효성이 경영권 승계설을 일축하기 위해 지분 동시 매입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경영권 승계설이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이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건강 문제도 최근 불거져 경영권 승계 작업이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