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일가 동부제철 경영권 지킬까
채권단이 동부그룹 계열 동부제철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채권단은 실사를 거쳐 9월말쯤 회사측과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한다. 특히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감자비율을 다르게 하는 ‘차등 감자’가 적용되기 때문에 김준기 그룹회장 등 대주주의 경영권 유지여부가 주목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동부제철과의 자율협약에 대해 정책금융공사, 수출입은행, 농협, 하나·신한·우리·외환은행 등 10개 채권금융기관의 동의서 제출이 원활히 마무리될 것으로 보여 예정대로 7일 자율협약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율협약이 개시되면 동부제철의 경영은 사실상 채권단 손에 넘어가게 된다. 대신 동부제철은 주채권자들로부터 대출상환기간 연장이나 필요한 운영자금 추가 대출 등을 받게 돼 당분간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채권단간 합의로 7일 동부제철의 회사채 만기도래분 700억원에 대한 차환(기존 채권 상환을 위해 새 채권을 발행하는 것) 발행 지원도 신속인수제에 따라 실행될 전망이다. 8월 26일 도래하는 400억원의 차환 발행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앞으로 마련될 경영정상화 방안에는 감자, 출자전환, 상환유예, 신규지원, 자산 매각 등이 담길 것”이라며 “실사결과에 달려있겠지만 감자는 차등감자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STX,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등도 채권단과 자율협약 추진과정에서 차등감자를 결정한 바 있다.
STX 조선은 대주주 100대 1, 일반주주 3대 1의 감자가 실시됐으며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은 대주주 100대1, 일반주주 6대 1로 감자비율이 적용됐다.
동부제철은 대주주인 김준기 회장이 4.79%, 장남 남호씨가 8.77%, 장녀 주원씨가 1.48%의 지분을 각각 갖고 있어 차등감자가 적용되면 오너일가의 경영권 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다. 강덕수 전 회장도 감자와 함께 경영권을 빼앗겼다.
채권단이 요구해온 장남 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14.02%) 추가 담보 제공 여부도 경영정상화 계획에서 핵심 쟁점이다. 그룹측은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지난 4월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만기 상환과 운영자금을 동원하고자 1260억원을 산업은행으로부터 브리지론으로 대출받으면서 김 회장의 전 계열사 지분과 자택 등을 담보로 설정했다.
김 회장이 이중 동부화재 지분을 팔아 동부제철 유상증자(800억원)에 참여한다는 게 애초 약속한 사재출연 계획이었다.
그러나 담보 설정을 풀려면 김 회장의 재산이 남은 게 없어 대체 담보로 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요구이다.
올해 1분기말 현재 동부제철의 자산은 5조1262억원, 부채는 3조8662억원이다. 이중 1년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부채가 2조6천억원에 이른다. 경영실적은 지난해 1390억원 적자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65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